헌재 이어 대법원도 “야간 시위 처벌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1일 03시 00분


‘한정 위헌’ 결정 후 첫 판결
촛불시위자 무죄취지 파기 환송… 하급심 375건 무죄 잇따를 듯

대법원이 해가 진 뒤 밤 12시까지 발생한 야간 시위를 무죄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는 올해 3월 헌법재판소가 “자정까지의 시위는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며 내린 한정위헌 결정을 받아들인 것이다.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 이후 나온 대법원의 첫 판단이어서 하급심에 계류 중인 375건의 유사 사건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10일 야간 시위에 참가한 혐의로 기소된 인권운동연대 서모 사무국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7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집시법 제10조는 해가 진 뒤 야간 시위를 금지하고 있고 이를 어기면 같은 법 제23조 벌칙조항에 따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서 씨는 2009년 9월 23일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에서 용산 참사 해결을 위한 ‘전국 순회 촛불 문화제’에 참가해 오후 7시 15분부터 9시까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시내를 행진하는 등 야간 시위를 주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선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지만 2심은 비교적 평화로운 방법으로 시위를 벌였다며 벌금액을 70만 원으로 낮췄다.

대법원은 “집시법에 대한 헌재 결정은 사실상 일부 위헌이라는 취지다. 이 경우 헌재법 제47조에서 정한 위헌 결정으로서 효력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가 진 뒤 밤 12시까지 열린 시위를 금지한 부분은 헌재법에 따라 효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해당 조항을 적용해 기소한 사건은 범죄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재법 제47조는 위헌 결정이 난 법 조항은 그 즉시 효력을 상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은 “법 조항을 특정하게 해석할 경우에만 위헌으로 선언하는 한정위헌 결정이 재판에 적용되는 강제성은 없다는 대법원의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정위헌은 헌재법 제47조에 규정된 위헌 결정이 아니라고 본 게 그동안 대법원의 판례였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야간 시위를 둘러싼 일선 법원과 검찰의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밤 12시 이전’에 열린 야간 시위 참여자에게는 무죄가, 밤 12시 이후에도 시위를 계속한 시민에게는 유죄가 선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야간시위 금지 조항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단에 따라 수년간 유무죄 판단이 보류됐던 집시법 위반 사건 수백 건의 재판은 다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야간시위와 관련해 하급심에 계류 중인 사건은 모두 375건. 이 중 서울중앙지법에만 344건이 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야간 시위 처벌#한정 위헌#촛불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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