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땀흘려 재배한 양파, 길가에 쌓아두다니 가슴 아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4일 03시 00분


영남 양파 주산지 도로변 ‘양파산성’… 대풍년으로 작년 반값으로 폭락 탓
경북道, 홍콩수출 등 판촉행사… 양파주스 개발해 시판 나서기로

“땀 흘려 재배한 양파를 길가에 쌓아놓은 걸 보니 마음 아픕니다.”

13일 경북 김천시 구성면 지방도를 지나던 운전자들은 “양파는 몸에도 좋으니 지금보다 더 많이 먹어 농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북과 경남의 양파 주산지 도로가 거대한 ‘양파 산성’을 이루고 있다. 생산량은 크게 늘었지만 값이 폭락하면서 팔리지 않는 양파를 그물망에 넣어 1m 높이로 길가에 쌓아둔 모습이 꼭 산성 같다는 데서 생긴 말이다.

경남의 올해 양파 재배면적은 4800여 ha로 지난해보다 21%, 경북은 2600여 ha로 지난해보다 10%가량 늘었다. 20kg들이 1망의 산지 거래 가격은 5000원 안팎으로 지난해의 1만 원 선에 비해 절반가량 폭락했다. 팔수록 손해인 데다 이마저 팔리지 않아 양파 산성만 높게 쌓이는 실정이다.

양파가 ‘최악의 풍년’을 맞이한 이유는 그동안 양파 가격이 비교적 높게 형성되면서 농민들이 재배를 늘린 데다 기존의 감자 등에 비해 농촌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이 적게 드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전국적인 양파 재배상황을 알 수 없는 농민 입장에서는 값이 좋으면 재배를 많이 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며 “재배 조절을 못해 값이 폭락한 데는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도 있다”고 주장했다.

산지에 쌓여 있는 양파는 이달 말까지 소비하지 않으면 썩기 시작해 재배농민들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경북도와 경남도는 긴급처방으로 수매를 늘리는 한편 기관 단체, 소비자 등을 대상으로 직거래 장터 확대와 ‘1인 1망 사주기’ 등 대대적인 양파 팔아주기 행사를 열고 있다.

경북도는 10∼13일 홍콩에서 양파 등 농산물 판촉행사를 열었다. 홍콩에는 양파를 거의 수출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300t을 수출하기로 계약했다.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에 1700t을 수출하는 등 올해 총 2000여 t의 양파를 수출할 계획이다. 경남은 미국 대만 등지로 올해 4000여 t을 수출하기로 했다.

경북도는 대구경북능금농협과 함께 ‘양파 주스’를 개발해 이달 중순부터 시판해 양파 소비를 늘릴 계획이다. 양파 특유의 냄새를 줄이기 위해 사과즙과 한방약재 농축액을 섞어 누구나 즐겨 마실 수 있도록 했다. 최웅 경북도 농축산국장은 “양파는 저장성이 좋은 편이므로 도시 주민들이 지금보다 조금씩 더 구입해 농민들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분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