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 씨(42)는 4월 1일 구인구직 사이트에 이런 광고를 냈다. 인력업체의 중동지역 인력지원실장 직함을 쓰며 서울 강남 한복판에 사무실을 차리자 ‘제2의 중동붐’을 기대한 지원자들이 몰려들었다. 김 씨는 “한 달 뒤면 이라크로 떠날 수 있다”며 채용일정표를 보여줬다.
김 씨는 지원자들에게 “이라크 현장은 날씨가 무더워 체력이 강해야 한다”며 건강검진비 명목으로 4만7000원씩 요구했다. 현금만 고집하는 게 의아했지만 대부분 일용직 근로자인 지원자들은 국내 건설경기 불황으로 일자리에 목말라 있던 차라 전국 각지에서 찾아와 돈을 건넸다. 김 씨 사무실 칠판에는 이라크 현장 담당자 이름과 현지 연락처까지 적혀 있어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과거 이라크 건설현장에 다녀온 적 있는 지원자가 그 연락처로 전화해 보니 아랍어로 음성메시지가 흘러나와 믿음을 굳혔다.
김 씨는 4월 24일까지 936명에게 총 4400여만 원을 챙긴 뒤 종적을 감췄다. 이라크 건설현장이라는 건 애당초 없었다. 아랍어 음성메시지는 “지금 거신 전화번호는 없는 번호”라는 안내 음성이었다. 김 씨는 도피행각을 이어가다 8일 부산에서 긴급체포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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