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동 우면산. 3년 전 산사태로 곳곳이 무너져 내려 황톳빛 상처가 드러났던 부분은 지금 초록빛 초목으로 가려져 있다.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상의 흔적은 복구공사가 끝난 뒤로는 겉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우면산을 찾는 시민들의 마음에는 불안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등산객 김민성 씨(43)는 “가깝고 깨끗하게 정비해 놓아서 자주 찾기는 하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꺼림칙해서 우면산을 오르지는 않는다”고 했다. 우면산 인근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안고 살고 있었다. 산사태 피해를 입었던 서초구 방배동 S아파트 주민 정모 씨는 “아직도 그때 목격했던 충격이 남아 있지만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2011년 7월 산사태 이후 서울시와 서초구는 피해 지역을 4개 공구로 나누어 복구공사를 진행했다. 서울시는 방배동 방면 1∼3공구를 맡아 2012년 6월 말 공사를 끝내고 안전점검을 거쳐 그해 10월과 12월에 걸쳐 준공인가를 받았다. 공사 비용은 약 194억 원이 들었다. 서초구는 전원마을을 포함한 4공구를 맡아 약 128억 원의 공사비가 소요됐으며, 서울시와 같은 기간에 공사가 끝났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는 우면산 복구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취재진은 지난달 19일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토목공학과)와 함께 현장 점검에 나섰다. 이 교수는 2012년 “장마철 이전에 공사를 끝내기 위해 복구가 날림으로 진행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인물이다. 이 교수는 우면산 북쪽 사면인 서울 남부순환로 방면 계곡에 설치된 인공 배수로를 가리키며 “복원에만 치중한 공사로 산사태 예방 기능이 담보됐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취재진은 등산로를 벗어나 배수로를 따라 올라갔다. 배수로 주변은 성인 허리보다 낮은 키의 풀들만 있고 주변 땅은 단단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쌓아놓은 흙이 자리 잡지 않아 큰비가 내리면 또 쓸려 내려갈 수 있다”고 했다. 토사가 쓸려 내려간 곳에 다시 흙을 채워 넣었으니, 3년 전처럼 큰비가 내리면 다시 토사가 무너져 산사태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우면산은 해발 293m이며, 평균 경사는 30도다.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산이다. 정상 근처 공군부대 철조망에서 산 아래를 바라보면 나무가 없는 곳이 산사태 발생 장소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산사태 이전에는 계곡을 따라 나무 3000여 그루가 심어져 있었다. 나무가 없기 때문에 지금은 마치 알파인 스키장의 활강면처럼 남부순환로와 방배동 아파트단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제2의 우면산 산사태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진한 고려대 교수(지구환경과학과)는 “사고 당시 예술의전당 뒤편은 상대적으로 작은 산사태가 일어나 주목받지 못했지만 그때 무너지지 못한 부분이 큰비가 내리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서울시는 수많은 전문가가 참여해 복구대책을 검토하고 관리해 문제없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조원철 연세대 교수(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도 “모든 천재지변을 다 막으려고 하면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는 공사가 될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예산 범위에서 최적화된 공사가 진행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산사태는 자연 현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예방과 예측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종원 국토연구원 국가도시방재연구센터장은 “현재 기술력으로는 산사태 예측 확률이 50% 수준밖에 안 된다”고 했다. 636만여 ha에 이르는 우리나라 산지 전체를 모니터링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 이창우 연구원은 “방재 공사도 중요하지만 국지성 기상변화가 많아진 요즘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산사태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하는 재난대응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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