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형 신분증으로 군부대 출입… 차기호위함 등 기밀 31건 10개국 유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6일 03시 00분


미인계 동원해 로비… 佛방위업체 한국인 브로커 기소

쌍둥이 형의 신분증을 이용해 군부대를 출입하며 기밀문서를 해외 업체에 팔아넘긴 방위산업체 브로커가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현철)는 2008년부터 올해 6월까지 현역 장교들로부터 수집한 군 기밀문서 31건을 복사해 e메일로 미국 독일 프랑스 등 10개국 21개 업체에 넘긴 혐의로 프랑스 계열 방위산업체 T사의 컨설턴트 김모 씨(51) 등 2명을 구속 기소하고 범행에 가담한 예비역 공군 중령 정모 씨(59)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방위산업체 브로커로 10여 년간 활동하며 고문료 등으로 54억 원을 챙긴 ‘베테랑’이었다. 군부대를 출입하거나 출국할 때 자신과 생김새가 같은 쌍둥이 형의 신분증과 여권을 이용해 신분을 숨겼다. 그는 금품과 미인계로 영관 장교들의 환심을 샀다. 술집 여종업원을 업체 직원으로 고용해 영관 장교들의 등산 및 식사 자리에 동석시켰고 수백만 원 상당의 현금과 선물을 건네며 로비를 벌였다고 검찰은 밝혔다. 김 씨 등이 유출한 군 기밀은 차기 호위함(FFX) 전력 추진 자료와 항공기 전파 교란을 방어할 수 있는 항재밍(Anti-jamming) 체계 등 2급 기밀 1건과 3급 기밀 30건. 검찰 관계자는 “기밀문서를 통째로 복사해 e메일로 유출한 사례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T사 대표인 프랑스인 J 씨(64) 등 3명을 출국정지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차기호위함#방위산업체 브로커#군 기밀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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