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씨랜드 참사 15주기를 맞아 청소년 수련시설의 안전 실태를 종합 점검하는 시리즈를 보도하자 여성가족부와 소방당국, 각 지방자치단체 등 관리감독 기관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감독 기관들은 안전성이 미흡하다고 보도된 수련시설들이 △종합안전점검을 받았는지 △받았다면 점검 과정은 제대로 이뤄졌는지 △점검 때 지적됐던 사안이 곧바로 시정됐는지 등을 다시 한 번 점검하기 시작했다.
특히 사유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민간 수련시설의 안전등급을 교육부와 지자체에만 통보하고 일반에 공개하지 않던 여성부는 본보가 취재에 들어가자 당초 방침을 바꿔 청소년활동 정보서비스 홈페이지(www.youth.go.kr)에 안전등급을 전면 공개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도 씨랜드 참사 현장에 다시 세워져 있는 무허가 건축물을 철거토록 화성시에 통보했고, 각 수련시설들에 내린 시정명령이 제대로 개선됐는지를 재점검하기로 했다.
청소년 수련활동의 ‘성수기’인 여름방학을 앞두고 관계 기관들이 안전점검에 적극 나선다는 소식은 다행스럽다. 22일부터는 수련활동 사전인증제가 시행되고 수련시설에 대한 종합안전점검도 의무화돼 안전성이 한층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관계 기관들의 이런 움직임 역시 여전히 ‘뒷북 대응’인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취재팀이 둘러본 수련시설들은 대부분 올해 초 종합안전평가에서 ‘미흡’ 또는 ‘매우 미흡’ 등급을 받거나 아예 평가를 받지 않은 곳들이었지만 여름방학을 맞아 예약이 꽉 차 있었다. 여성부가 안전등급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시설들이 사실상의 불합격 등급을 받고도 운영을 계속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학생들이 이런 시설에서 수련활동을 했다면 제2의 씨랜드 참사가 또다시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올해 초 이미 감독기관의 안전점검을 받았지만 여태껏 지적 사항을 개선하지 않은 곳도 많았다. 땡볕 아래 그대로 방치된 액화석유가스(LPG)통이나 잠겨 있는 대피로 등도 모두 기존 점검에서 지적됐던 부분이지만 본보가 취재할 때까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관계 기관들이 등급을 매기고 시정명령만 내린 뒤 개선 여부를 다시 점검하지 않은 탓이다. 이에 따라 불합격 등급을 받은 수련시설들은 별다른 개선 작업도 하지 않은 채 수련활동 예약을 받을 수 있었다.
안전에 대한 중요성은 백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청소년 수련활동 사전인증제가 시행되고, 종합안전평가가 의무화됐다고 해서 점검이 일회성으로 끝나거나 마음을 놓아서도 안 된다. 국가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안전한 공간에서 안심하고 심신을 단련할 수 있도록 정부의 관리감독과 점검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