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배상금’ 중복수령 시도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9일 03시 00분


‘제주 예비검속’ 승소 유족 4명… 서울중앙 이어 제주지법에도 제기
구로공단 조성때 땅 뺏긴 농민… 국가상대 소송 규모 부풀린 혐의도

6·25전쟁 직후 제주에서 발생한 예비검속(범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사전 구금하는 것) 사건의 희생자로 결정돼 보상을 받은 일부 유족이 배상금을 중복해 수령하기 위해 다른 변호인을 내세워 똑같은 소송을 이중으로 제기한 혐의가 검찰에 포착됐다.

서울고검은 4억 원대 국가 배상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해 2심에서 일부 승소한 유족들이 다른 변호인을 내세워 똑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주지법에 제기한 혐의(사기 미수)로 유족 4명을 제주지검에 수사 의뢰했다고 18일 밝혔다. 유족 K 씨 등이 제주지법에서 낸 손해배상 소송은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었다.

제주지검이 중복 소송을 입증해 이중 배상을 막으려 재판부에 변론 재개를 신청하자 변호인 측은 최근 소를 취하했다. 검찰은 이 소송을 대리한 변호사들도 공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또 서울남부지검은 서울 구로동 일대 농지를 정부에 빼앗긴 농민과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내는 과정에서 소송 규모가 부풀려지는 등 비리가 있다고 보고 조사대상자 40여 명 가운데 혐의가 무거운 일부에 대해선 변호사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처럼 일부 과거사 피해배상 소송 과정에서 비리가 저질러지고 있다고 보고, 국가배상금을 놓고 일부 변호사와 브로커가 개입해 금품이 오간 사실이 드러날 때에는 엄중하게 처벌하기로 했다.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일부 과거사 소송에서는 소송을 낼 원고를 전문적으로 모으고 다니는 ‘전문 브로커’가 있다고 한다. 이들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을 토대로 국가배상 판결을 받아낸 사건과 관련해 전국에서 소송 당사자를 모으고 배상액의 상당액을 수임료 명목으로 받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검찰청은 올해 4월부터 국가 상대 소송과 관련해 위증이나 사기 등 송무비리 단속에 나서 3개월 동안 모두 38건을 적발했다고 18일 밝혔다. 검찰은 수차례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낸 재소자로부터 수임료를 받은 것처럼 비용을 신청해 재소자와 나눠 가진 혐의(사기)로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서울중앙지검에 수사 의뢰하기도 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제주 예비검속#과거사 배상금#중복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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