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간 놓지않은 살신성인, 잊지 않겠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9일 03시 00분


광주 소방헬기 추락… 추모객 줄이어

‘마지막까지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신 당신,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광주 도심 소방헬기 추락사고 이틀째인 18일 광주 광산구 장덕로 6번길 사고 현장에는 순직한 소방대원들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이 물결을 이뤘다. 또 이들의 살신성인 정신을 기리기 위해 1500여 명의 추모객이 현장에 차려진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앞서 분향소 설치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 사고 당일인 17일 저녁부터 광산구 주민과 학생들은 헬기 추락 지점에 국화를 헌화하기 시작했다. 광산구는 주민들의 뜻을 반영해 18일 오전 7시 사고 현장 바로 옆에 분향소를 차렸다. 가장 먼저 조문에 나선 것은 현장에서 10m 남짓 떨어진 성덕중학교 학생들이었다. 2학년 김수빈 양(15)은 “(조종간을) 끝까지 잡아주셔서 우리가 안전했던 것 같다. 그 짧은 순간에 탈출을 못하시고…. 소방관님의 삶을 본받겠습니다”라고 쓴 노란색 편지를 유리 상자에 넣었다.

강원소방헬기가 추락한 광주 광산구 사고 현장 앞에 18일 합동분향소가 차려졌다. 사고로 순직한 소방관 5명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줄을 이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강원소방헬기가 추락한 광주 광산구 사고 현장 앞에 18일 합동분향소가 차려졌다. 사고로 순직한 소방관 5명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줄을 이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근처 부영아파트에 사는 문미자 씨(33·여)는 “처음에는 우리 가족이 안전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헬기 사고로 순직한 소방대원들의 사연을 들으니 너무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윤장현 광주시장도 분향소를 찾아 “짧은 순간에 희생자들은 어쩌면 살 수 없다는 판단을 했을지 모른다. 이분들이 광주를 살렸다”며 애도했다.

전날 오후 늦게 광주에 도착한 유족 40여 명은 이날 오전 사고 현장을 둘러본 뒤 분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들은 희생자 다섯 명의 이름과 직위가 적힌 검은색 현수막을 보자 오열했다. 헬기를 조종했던 정성철 소방경(52)의 어머니는 “엄마 왔어. 아들하고 나하고 (삶과 죽음을) 바꿔야 돼. 우리 아들 살려내”라며 통곡했다. 정 소방경의 누나는 “다른 사람 목숨은 지켜주면서 정작 네 목숨은 왜 못 지켰니”라며 동생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이은교 소방사(31)의 할머니는 “은교야, 대답 좀 해봐. 할미가 부르잖아. 한 번만 더 보고 가야지”라며 통곡했다.

이날 오후에는 강원 춘천시 동내면 강원효장례식장에도 임시분향소가 설치됐다. 영결식은 22일 오전 9시 강원도청 별관 앞에서 강원도장(葬)으로 거행된다. 안전행정부는 순직자들의 1계급 특진과 함께 훈장 추서를 결정했다.

한편 사고 헬기는 지난달 기체 결함 네 곳이 발견돼 정비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강원도소방본부 관계자는 “현재 기체 결함을 수리한 것과 사고 발생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주=이샘물 evey@donga.com·정윤철

춘천=이인모 기자
#살신성인#조종간#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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