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도 자율형사립고를 둘러싼 진통이 빚어지고 있다.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청연 교육감은 자사고 폐지라는 강수를 두지 않는 대신에 내년 개교 예정인 ‘송도포스코자사고’ 설립 지원금을 내놓지 않기로 했다.
김진철 인천시교육청 대변인은 22일 “교육부 감사를 통해 자사고 설립 지원금이 부당하다는 결론이 내려진 만큼 송도포스코자사고를 위한 40억 원 규모의 설립지원 출연금을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인천시교육청,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송도국제업무단지 시행사)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협의회의를 28일 열기로 했다.
포스코자사고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NSIC는 시교육청의 이 같은 방침을 전해 듣고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인천의 두 번째 자사고인 포스코자사고는 송도국제업무단지 2만5000m²의 터에 지하 1층, 지상 4층, 총면적 1만5948m² 규모로 건립 중이다.
NSIC는 이 학교의 건립비 210억 원을 대기로 했고 인천경제청이 학교용지 비용 40억 원, 인천시교육청이 교육기자재 비용 40억 원을 각각 지원하기로 했다. 명문고로 자리 잡은 포항제철고를 운영하는 포스코교육재단은 송도포스코자사고의 운영을 책임지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2011년 이 같은 내용의 4자 간 협약을 맺을 때 ‘학교설립비와 운영비 절감 등에 도움이 된다’며 자사고 설립을 적극 유도했다. 교육청은 또 인천지역 우수 학생들의 타 지역 유출 방지를 자사고 설립의 주요 근거로 내세웠다. 당시 시의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우수 학생 중 2009년까지 매년 200∼259명, 2010∼2012년 47∼59명이 다른 지역의 외국어고, 과학고, 자사고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교육청은 포스코자사고가 개교하면 2년 이내에 40억 원의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이는 2011년 인천하늘고 개교 때 45억 원의 설립 경비(교육기자재 지원)를 지급했던 전례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교육부는 지난해 시교육청 감사 과정에서 인천하늘고에 대한 설립경비 지원이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담당자에게 징계 처분을 내리도록 지시했다. 신임 교육감은 이를 근거로 포스코자사고 지원을 약속한 협약을 철회하기로 한 방침을 28일 회의에서 공식 통보하기로 했다. 김 대변인은 “모든 재정과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책임진다는 것이 자사고 설립 취지”라며 “자사고 설립 이후 일반고 전체의 질 저하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인천 2호 자사고 설립은 승인하되 비용 지원은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포스코자사고 이후 인천에서 자사고 설립을 추가로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자사고를 건립 중인 NSIC는 “시교육청 정책이 일관적이지 않아 자사고 설립에 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포스코자사고는 첫 신입생 252명 모집 입학원서를 10월 말에 받고 11월 말경 최종 합격자를 발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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