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검경]부패 심해 지문채취 두차례 실패
엉덩이 뼈 잘라내 DNA 확인… 전문가 “뼈 검사 보통 한달 걸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된 뒤 40일이 지나서야 신원이 확인되면서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보통 경찰이 변사체의 신원을 확인할 때는 일단 지문을 채취한다. 사망자가 만 18세 이상이고 지문이 잘 보존됐다면 경찰 자체시스템에 지문을 입력해 즉시 신원이 확인된다. 지문이 훼손됐을 때엔 감식이 불가능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린다. 경찰은 처음에 유 전 회장의 왼쪽 손가락에서 두 차례 지문을 채취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21일 DNA가 일치된다는 결과가 나온 뒤 22일 오전 1시 20분 세 번째 지문 채취를 시도했을 때에야 오른쪽 집게손가락에서 지문이 채취됐고, 유 전 회장의 지문임이 확인됐다.
경찰은 지문으로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을 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분석을 의뢰한다. 이때 주로 머리카락이나 뼈가 쓰인다. 유 전 회장의 시신은 부패가 심했기 때문에 경찰은 유전자 감식이 잘되는 엉덩이 뼈를 국과수에 보내 분석을 진행했다.
이윤성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장)는 “유전자 감식 기간을 예측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며 “시신이 어떤 상태로 남아 있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숭덕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뼈 검사를 할 때는 한 달은 생각해야 하는데, 보통 두세 달 걸린다고 말하고 시작한다”며 “검사를 해본 입장에서 시간이 이 정도 걸린 게 이해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미토콘드리아(세포 속에 있는 소기관)를 분석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미토콘드리아 검사는 부패한 시신의 경우에 효과적으로 활용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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