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장기-피부 비슷한 돼지사체 실험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5∼6월 잦은비에 빠르게 썩어 백골화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 사실을 최종 확인했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그의 시신이 아니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의혹의 핵심은 유 전 회장의 시신 발견 당시 ‘백골(白骨)’ 상태였다는 데 있다. 유 전 회장의 마지막 행적이 드러난 5월 25일로부터 변사체로 발견된 날까지 길어도 19일간 신체 80%가 부패해 뼈만 남는다는 게 가능한 일이냐는 것이다.

본보 취재 결과 유 전 회장의 시신 부패 속도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국내 연구진의 실험 결과가 확인됐다. 경성대 정재봉 법의곤충학 박사(34)는 올해 2월 발표한 ‘돼지 사체를 이용한 법의학 및 법곤충학적 연구’라는 논문에서 돼지 사체를 이용해 부패 속도를 측정했다. 정 박사는 “돼지의 피부와 장기가 사람과 가장 유사한 데다 잡식성이라는 것도 같아 표본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정 박사는 2010년 8월 부산 사상구 낙동강 인근 초원에서 돼지 사체 2마리의 부패 속도를 비교했다. 한 마리는 몸통을 담요로 덮었고 다른 한 마리는 덮지 않았다. 그 결과 담요를 덮지 않은 돼지는 7일 만에 ‘건조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 단계는 뼈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신체 조직이 사라진 상태로 유 전 회장이 시신으로 발견될 당시의 모습과 유사하다.

담요를 덮은 돼지는 건조 단계 도달까지 15일이 걸렸다. 유 전 회장의 경우 겨울 점퍼, 면바지로 몸을 감싼 상태였다. 이 때문에 담요를 감은 돼지의 부패 속도는 유 전 회장 시신의 부패 속도가 비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한다.

연구 진행 당시 낙동강 지역은 평균 기온 27.6도, 평균 강수량 17.2mm인 한여름이었다. 반면 유 전 회장이 자취를 감춘 기간 순천 지역은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로 평균 기온은 20.5도, 평균 강수량은 12.9mm였다. 정 박사는 “기온이 낮고, 건조할수록 부패 속도는 느리다”면서 “만약 돼지 사체 실험 당시와 같은 한여름이었다면 유 전 회장 시신의 부패 속도는 더 빨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지방경찰청도 2009년부터 돼지 사체를 이용한 부패 실험을 진행했다. 사체에서 나온 곤충의 발육 상태를 통해 사망 시간과 부패 속도를 측정한 이들은 실험 당시 5∼6월 날씨에 비가 자주 내릴 경우 사체의 백골화가 더 빨리 진행된 것을 확인했다. 이는 유 전 회장이 사망한 시기를 고려할 때 백골화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정윤철 trigger@donga.com·강홍구·박성진 기자
#유병언#돼지사체#백골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