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경마장 기습 입점을 규탄하며 농성을 하고 있던 주민들과 학생들을 찾아 위로했다. 이들을 지지한다는 의사와 함께 마사회에 화상경마장 이전 및 영업 중단을 촉구했다. 하지만 마사회는 중재에 나서야 할 서울시가 오히려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화상경마장 개장 문제를 놓고 마사회와 주민 간 갈등이 마사회와 서울시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여기에 화상경마장 인근 학교 학생들까지 시위에 동참하면서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 ‘학습권 침해’ vs ‘합법적 영업’
화상경마장은 11월 정상 개장을 앞두고 지난달 28일부터 10월 말까지 시범 개장에 들어갔다. 마권 발매 용도로 계획된 10개 층 가운데 3개 층, 입장 정원 400명으로 제한해 우선 문을 연 것이다. 하지만 개장 첫날부터 참여연대 등 17개 시민단체와 주민들로 구성된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 소속 100여 명이 화상경마장 입구를 봉쇄하고 경마 고객들의 출입을 막으면서 한때 긴장감마저 돌았다.
지난달 법원은 ‘시범 운영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라’고 마사회와 주민 간 화해권고 판결을 내렸다. 마사회는 법원의 판결이 있는데도 시범 운영 기회조차 제대로 주지 않고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마사회는 먼저 대화부터 하자는 입장이지만 주민들은 화상경마장 운영부터 중단하라며 맞서고 있다.
화상경마장 입점으로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아이들의 학습권 침해. 화상경마장이 설치된 곳이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통학로와 겹친다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도 학습권의 심각한 지장이 우려된다며 지난달 주민들의 의견을 수용했다.
하지만 마사회는 권익위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화상경마장에서 가장 가까운 성심여고가 235m 떨어져 있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 현행 학교보건법에는 유해시설을 허가할 때는 학교 등 교육시설로부터 200m 내 설치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또 화상경마장이 상업지구에 있고 학교나 주거지역과는 원효로, 청파로로 분리돼 있어 ‘학습권 침해 주장은 지나친 기우’라고 일축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정부로부터 이전 승인과 용산구의 건축허가를 받아놓고도 시범 운영조차 여의치 않은 것이 말이 되느냐”며 “시범 운영을 통해 주민 및 지역 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겠다”고 말했다.
○ 마사회 “신개념 주민 친화공간”
마사회는 현재 전국에 30개의 지사를 두고 있다. 경기 과천시, 제주도, 부산에 경마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화상경마장은 서울 10곳, 경기 인천 13곳 등 전국적으로 30곳이 영업 중이다. 지난해 서울지역 10곳의 화상경마장은 매출액의 10%인 994억 원을 지방세인 레저세로, 397억 원을 지방교육세로 서울시에 냈다.
마사회는 용산 화상경마장을 이 가운데 가장 혁신적인 수익창출 모델로 보고 있다. 입장료도 1인당 2만1000원으로 하고 입장객도 400명으로 한정해 지정좌석을 주는 파격적인 실험이다. 특히 단순 경마 시설을 넘어 문화 교육 체육이 가미된 신개념 주민 친화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6개 층에 걸쳐 키즈맘 카페, 체력단련장, 주민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하고 문화교실도 운영할 예정이다. 또 지역발전기금 10억 원, 주민 100명 고용, 주민참여협의회를 만들어 지역사회 기여도 확대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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