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아기는 열심히 키우면서 현실의 아기는 방치”
한국의 PC방 실태 고발 다큐… 美 케이블 채널 HBO서 28일 방영
‘사이버사랑(Love Child).’
요즘 미국 TV에서는 이처럼 한글과 영어가 함께 적힌 제목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예고 광고를 종종 볼 수 있다. 미국의 대표적 케이블 위성 네트워크인 HBO(Home Box Office)가 28일(현지 시간)부터 방영할 예정인 다큐멘터리(사진)는 한국의 인터넷 중독 실태를 고발한다.
26일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이 다큐는 한국의 한 부부가 인터넷 게임에 중독돼 생후 3개월 된 자신의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한 2009년 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한 매체는 “믿을 수 없이 슬픈 이야기, 어떻게 그들은 인터넷에 중독돼 그들의 아이를 죽게 했나”라는 기사 제목을 달았다. 다큐는 부부의 행적을 역추적해 상세히 보도한다. 김모 씨 부부는 PC방에서 온라인 게임을 즐기느라 갓난아이인 딸을 방치해 영양실조로 숨지게 했다. 숨진 아이의 체중은 석 달 전 태어날 때보다 0.4kg이 더 적었다. 부모의 방치 속에 아사한 아이의 이름은 역설적이게도 ‘사랑(love)’이었다.
다큐는 이 부부가 인터넷 게임으로 ‘사이버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더 충격적이라고 전했다. PC방 직원은 방송에서 “그들은 PC방에서 저녁을 먹고 밤새 놀곤 했다. 그들은 너무 행복해 보였다”고 말했다. 이 부부는 일정한 직업이 없었고 인터넷 게임에서 획득한 ‘아이템’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했다.
‘인터넷 천국’인 한국의 어두운 그림자도 조명한다. 1990년대 정부가 인터넷망 보급에 전력을 쏟으면서 한국은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사회’가 됐다. 24시간 운영되는 PC방이나 사이버카페 등은 한국에서 아주 흔한 장소다.
다큐는 “한국에서는 200만 명 정도가 온라인 게임 중독자로 여겨진다”고 소개했다. 22세 청년이 50시간 연속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다 숨졌고 게임 중독인 한 노숙인 엄마는 갓난아이를 비닐봉지에 싸서 PC방 화장실에 유기했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인터넷 중독에 관대한 한국의 사법체계도 지적한다. 다큐는 “한국에서는 범죄자가 정신질환이 있으면 정상참작을 해주기 때문에 문제의 부부 변호인도 ‘이들이 인터넷 중독이란 병을 앓고 있었다’는 점을 증명하려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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