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에게 ‘서로 때리기’ 시킨 교사…CCTV 64대로 분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8일 18시 00분


부산의 한 유치원에서 원생들에게 '서로 때리기'를 시키는 등 어린이를 괴롭힌 교사 4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 기장경찰서는 28일 유치원생들을 훈육 등의 명목으로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B유치원 교사 이모 씨(30·여)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김모 씨(23·여) 등 교사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유치원생과 교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아동학대 증거를 없앤 추모 이사장(54)과 채모 원장(52·여)도 함께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이달 7일 다툼을 벌이던 5살짜리 원생 2명을 불러 마주 앉힌 뒤 손을 잡고 서로 때리게 하거나, 배식 과정에서 특정 학생의 식사를 일부러 늦게 주는 등 5월 말부터 이달 10일까지 8명의 아동을 20차례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나머지 교사들은 각각 1~5명의 원생의 엉덩이를 차는 등 학대한 혐의다. 피해를 입은 아동은 3개 반 16명에 이른다. 추 이사장은 유치원 내 폐쇄회로(CC)TV의 영상을 보관하는 하드디스크 5개 중 2개를 바꿔치기 해 증거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최근 B유치원에서 아동학대가 있었다는 학부모 신고를 받고 수사에 들어가 유치원 내 64대의 CCTV 분석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관련 교사들은 원생 훈육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했지만, 전문기관의 판단은 달랐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사법처리를 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유치원 교사들의 인권침해 논란으로 번졌다. 경찰이 이 유치원의 CCTV 영상을 공개한 11일 흥분한 일부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피해 여교사의 고소에 따라 이 사건을 조사 중이다. 23일엔 한 학부모가 각목을 들고 유치원에 찾아가 소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여교사 2명이 실신하기도 했다. 부산의 한 유치원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예절을 가르치는 등 교육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 대부분"이라며 "원생 학대는 막아야 하지만 정상적인 교육행위가 매도되거나 교권이 침해당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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