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오후 11시 광주 광산구 장덕동의 한 버스정류장 옆 인도에 흰색 천막이 세워졌다. 12시간 전 버스정류장 인근에 추락한 강원도소방본부 헬기에 탑승한 소방대원 5명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였다. 사고 헬기는 세월호 침몰사고 지원활동을 마치고 복귀하는 중이었다.
광주 광산구청 직원들이 다음 날인 18일 오전 7시경 천막에 가보니 하얀색 국화 3다발이 놓여 있었다. 국화는 희생된 소방대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누군가 가져다 놓은 게 분명했다. 장덕동을 비롯한 수완지구 주민들과 광산구는 지난달 18∼22일 닷새 동안 헬기 추락으로 희생된 소방대원 5명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천막 분향소를 운영했다. 유치원생부터 노인들까지 5130명이 분향하고 애도의 편지 630통을 썼다.
애도의 편지에는 대부분 ‘소방대원들이 헬기를 인도 옆 화단에 떨어지게 해 인근 학교에서 수업하던 학생 수백 명이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을 수 있었다’ ‘목숨을 잃어가면서도 다른 인명을 생각한 희생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또 넋을 기리는 노란 리본 5000개도 분향소에 붙었다. 추모 편지함에는 편지 외에 누군가 넣은 조의금도 있었다.
소방대원 5명에 대한 영결식이 강원도에서 열린 다음 날인 지난달 23일 수완지구 주민들은 사고 현장에서 추모제를 열었다. 추모제는 희생된 소방대원 5명을 위한 진혼무, 사고 현장 인근 성덕중 학생·주민 애도의 글 낭독 등 순으로 진행됐다.
강원도는 사고 수습에 노력한 광주지역 각 기관을 방문해 지역 특산물인 찰옥수수 1600개를 전달했다. 또 광주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성곤 강원도소방본부장 일행은 1일 윤장현 광주시장을 만나 소방헬기 추락 사고 이후 시와 주민이 보여준 정성 어린 수습 과정에 고마움을 전했다. 김 본부장은 “사고 현장에 분향소를 설치해줘서 유가족과 소방대원들에게 큰 위로가 됐다”고 했다. 윤 시장은 지난달 헬기 추락 사고 유가족과 강원소방본부 직원들에게 위로 서한문을 보내기도 했다.
김 본부장 일행은 이어 광주 소방안전본부, 광산소방서와 광주과학수사연구소를 방문해 강원도민의 마음을 전달했다. 김 본부장 일행은 특히 1일 오후 2시 반 광주 광산구청을 찾아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에 민형배 광산구청장은 당시 분향소를 찾은 주민들이 작성한 추모편지, 네 박스 분량의 노란 리본, 조의금 21만 원을 김 본부장에게 건네며 위로했다. 김 본부장은 “조만간 최문순 강원지사가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광주를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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