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기간에 생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난다. 할머니들은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교황이 집전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참석해 교황과 만남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이 만남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어떠한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만남은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 등 교황방한준비위원회 위원들이 지난해 9월부터 교황청에 지속적으로 요청한 데 힘입어 이뤄졌다. 3일 여성가족부와 나눔의 집 등에 따르면 교황 집전 미사에 참석하는 할머니들은 김군자(88) 강일출(86) 이용수 할머니(86·사진) 등 8명. 여성부 관계자는 “나눔의 집,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각 지역 대표에게 연락해 미사에 참석하고 싶어 하는 할머니들의 자원을 받았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미사 도중 강론시간에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이는 미국뿐 아니라 남유럽, 남미 국가 등 많은 나라가 위안부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고 공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사 참석자 중 한 명인 이용수 할머니는 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사를 앞두고 마음이 벅차고 기대가 크다”며 “일본이 한국에 진정 어린 사과를 할 수 있게끔 교황님이 전 세계인들 앞에서 꼭 한 말씀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15세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에게 모진 고초를 당하고 홀로 가슴앓이를 하던 이 할머니는 30년 전 대구에서 세례를 받으며 비비안나(세례명)로 다시 태어났다. 신앙생활에서 얻은 용기로 아픔을 극복하면서 1991년 김학순 문옥주 할머니에 이어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했다.
이 할머니는 2007년 미국 워싱턴에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는 ‘위안부 결의문’이 채택되는 데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할머니는 “당시 공개 증언을 하러 미국에 갈 때 명동성당의 한 수녀님이 만들어준 묵주를 갖고 가 열심히 기도했다”며 “결의문이 미 연방 하원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될 수 있었던 것도 기도 덕분이었다”고 전했다.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매주 일요일 대구 상인성당의 교중미사에 꼬박꼬박 참석하는 이 할머니는 “직접 뵙기 힘든 교황님을 조만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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