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수컷 코요테(사진)입니다. 이곳(서울대공원)에서 2004년 6월 18일 태어났어요. 사람 나이로 치면 올해 열 살이지만 우리 코요테들이 보통 열두 살까지 사는 것을 생각하면 할아버지가 된 거지요. 얼마 전(지난달 17일) 저는 뜻하지 않게 큰일을 겪었습니다. 쑥스럽지만 느지막한 나이에 중성화 수술을 받았지요. 동물원이 문을 연 이래(1909년 창경원 동물원 개장) 105년 만에 첫 중성화 수술이랍니다. 허허, 그 주인공이 바로 나라니…. 답답해서 몇 마디 할까 합니다.
○ 첫 중성화 수술 받아 아쉬워
이곳에 사는 코요테 식구는 저까지 16마리죠. 아차! 인천(대공원)으로 간 한 마리를 합하면 총 17마리가 원래 무리이지요. 언제부턴가 집(방사장)이 좁아지는 걸 느꼈어요. 집(사육장·약 160m²)은 두 개가 있는데 16마리가 살기엔 사실 좁았지요. 사람들(사육사들)은 6∼8마리가 적정 가족 수인데 너무 많아졌다고 합니다. 집이 좁게 느껴지자 저희들은 서로 다투는 게 늘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요.
사실 16마리 가운데 12마리는 제 직계 가족입니다. 아내가 있고, 자식으로는 아들 하나, 딸 여덟에, 첫 손자를 지난해 7월 13일 봤지요. 근데 손자가 사실 제 아들과 딸 사이에 나왔습니다. 사람들은 가뜩이나 좁은 공간에 근친교배까지 발생하자 결국 중성화 수술을 결정했습니다. 저는 이미 받았고, 제 네 살짜리 아들과 한 살배기 손자는 앞으로 수술대에 오릅니다. 그리 되면 저희 가족의 대는 끊기겠지요. 반면 다른 일가(수컷 1마리, 암컷 3마리)는 계속 대를 잇게 됩니다. 그래요. 저희 가족은 선택을 못 받은 겁니다. 안락사도 검토됐다는데 그래도 생명은 건졌으니 감사해야 되는 걸까요.
사람들도 노력을 하기는 했습니다. 다른 동물원에 저희 가족을 받아줄 수 없냐고 수소문을 했죠. 하지만 어떤 동물원도 저희를 반기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코끼리처럼 크지도, 원숭이처럼 귀엽지도, 공작새처럼 우아하지도 않거든요. 저희들은 한국에서 모두 27마리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천(대공원)과 광주(우치공원)에 3마리씩, 청주(동물원)와 대구(달성공원)에 2마리씩이 있습니다. 물론 서로 볼 기회는 없지요.
○ ‘호텔급 사육장’으로 이사 간 호랑이 부러워
어려운 말 좀 쓰겠습니다. 사람들은 ‘동물 복지’ 차원에서 중성화 수술을 했답니다. 앞으로 애를 더 낳으면 집이 더 좁아질 테니 복지 차원에서 가족 수를 조절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근처에 사는 호랑이 가족을 보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호랑이들은 새로 만든 호텔 같은 사육장에서 이 더위에 매일 물놀이도 하고, 맛있는 간식도 많이 먹거든요. 호랑이 집은 두 배나 넓어졌고, 곳곳에 나무와 그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물웅덩이에다 인공폭포까지 있고, 집안(내실)에는 편안히 쉴 수 있는 나무 침상까지 있다고 합니다. 호랑이 가족(27마리)이 살기에는 더없이 좋은 공간이지요.
푸념이 길었습니다. 아차, 제 이름도 얘기 안 했네요. 저는 ‘M7-6-3-19’입니다. 저희 가족은 이름 없이 (동물)번호로 불립니다. 동물원에 사는 370여 종, 3900여 마리의 동물 가운데 돌고래, 호랑이 등 일부 인기 동물을 제외하면 대부분 번호로 불립니다. 제 이름이 길지만 기억해주세요. 저도 사랑받고 싶거든요. ※뒷얘기=서울대공원은 내년 늑대사육장을 새로 만들면 기존 늑대사육장에 다른 동물을 넣는 계획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코요테가 들어갈지는 확실치 않다. 2년 반 동안 예산 28억 원을 들여 만든 ‘백두산 호랑이 숲’은 지난달 26일 개장했다. 총 규모는 5000m²이며 야외 방사장은 1300m²에서 2500m²로 두 배가량으로 넓어졌다. 호랑이들은 새 집에서 활동량이 늘었고 활기찬 모습을 보인다고 공원 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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