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보고 필로폰 ‘뚝딱’, 3억3천만원 어치 만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7일 14시 53분


"영어 잘하는 형이 미국 드라마보고 만들면 되잖아요."

지난해 6월 박모 씨(33)는 인천 남동구 집으로 찾아온 초등학교 후배 쌍둥이 김모 씨(30)형제에게 이런 제안을 받았다. 미국 드라마를 통해 필로폰 제조법을 익혀 마약을 만들어 팔자는 이야기였다.

평소 마약에 호기심이 있었던 박 씨는 이내 작업에 들어갔다. 미국 영화 한 편을 통째로 외는 식으로 영어를 공부했던지라 자신이 있었다. 박 씨는 구글에서 검색한 영문 마약 제조 방법과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를 통해 제조법을 익혔다. 브레이킹 배드는 가족을 위해 마약 제조를 하는 화학교사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시중에 팔리는 수준의 필로폰을 만들기까지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박 씨는 약국에서 구한 일반 의약품에 염산 등 화학약품 10여 가지를 섞는 방식으로 총 10차례에 걸쳐 필로폰 100g(3억3000만 원 상당)을 만들었다. 판매는 김 씨 형제와 또 다른 판매책 이모 씨(41)가 맡았다.

박 씨는 마약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독 가스에 대비해 방독마스크를 쓴 채 작업했고 별도의 환기 장치를 제작하기도 했다. 공기정화 기능을 하는 숯도 집에서 발견됐다. 박 씨의 이 같은 행위는 제보를 접수한 경찰에 의해 꼬리가 잡혔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마약류관리법위반 혐의로 박 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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