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는 무시무시한 모습이라 동물원에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좀처럼 움직이질 않아 과자를 봉지째 던지거나 동전으로 맞히는 관람객이 적지 않다. 순간의 재미를 위한 행동이지만 이를 삼킨 악어 1, 2마리가 매년 죽어나간다고 서울동물원은 전했다.
유리창 속 고릴라들은 창을 두드리는 관람객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창을 ‘쿵쿵’ 맞받아치기도 한다. 이것은 화가 난 것의 표현이지만 관람객들은 까르르 웃는다. 원숭이들은 관람객들이 던져주는 과자에 익숙해져 이제 관람객이 다가가면 먼저 과자를 달라고 철망 사이로 손을 내민다. 과자를 먹은 원숭이들은 대부분 설사에 시달린다고 공원 측은 전했다.
서울대공원은 고의적이진 않지만 일부 관람객의 동물 학대성 행동이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고 보고 ‘동물원 관람에티켓 10계명’을 처음 제정했다고 7일 밝혔다. 대공원은 최근 시민 1706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96%(1642명)가 “관람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시민들은 ‘과자나 초콜릿을 동물에게 주는 행동’(39%)을 가장 눈살이 찌푸려지는 관람 행태로 꼽았고 ‘안전 펜스를 넘어가는 행동’(21%), ‘자고 있는 동물을 깨우는 것’(19%), ‘동물원에 가면 꼭 동물 만지기, 먹이 주기 체험을 하는 것’(12%)이 뒤를 이었다.
대공원은 이런 의견들을 토대로 ‘관람에티켓 10계명’을 만들어 각 사육장 안내판에 붙이고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사람이 먹는 음식이나 주변의 풀을 먹으면 동물이 아파요’ ‘자는 동물을 깨우지 않게 조용히 관람하세요’ ‘사진 찍을 때 플래시를 꺼주세요’ 등이다.
서울대공원 김보숙 운영팀장은 “올 4월 한 여성 관람객이 ‘안전 펜스’를 넘어갔다가 낙타에게 머리카락을 물어뜯긴 사건이 발생한 것처럼 성숙한 관람문화는 동물뿐만 아니라 관람객의 안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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