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 오후 2시 전남 담양군 광주댐에서 낚시를 하던 박모 씨(31)는 깜짝 놀랐다. 물이 빠져 바닥이 드러난 곳에 흰색 브래지어, 팬티, 양말과 30∼40cm 크기의 뼛조각 3개가 있었기 때문. 박 씨는 “여자 속옷과 골반뼈 같은 게 있다”고 112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담양경찰서 형사들은 의문의 뼛조각 3개를 동물의 것으로 추정했지만 한 장의사는 “여자의 골반뼈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혹시나 여성을 살해한 뒤 수장한 것은 아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뼛조각 분석을 의뢰했다. 경찰관 60여 명을 투입해 댐 주변을 사흘 동안 샅샅이 뒤지기도 했다.
그러나 5일 국과수는 “유전자 분석 38일 만에 뼛조각들은 모두 돼지 뼈로 확인됐다”고 경찰에 알려왔다. 유전자 분석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사망)의 신원을 확인한 과학수사 기법. 유 전 회장은 시신 대퇴부 부위 뼈를 절단해 유전자 분석을 했고 신원을 확인하는 데 40일이 걸렸다.
경찰은 댐 주변에서 굿을 하면서 돼지를 제물로 바쳤던 것으로 보고 10일 사건을 종결했다. 경찰 관계자는 “하필 굿판에 쓰인 돼지 뼈가 여자 속옷 주위에 떨어져 살인사건으로 오해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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