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9시 광주 동구 대인시장은 늦은 시간인데도 인파로 북적였다. 1976년 문을 연 이 시장은 광주를 대표하는 재래시장 중 한 곳이었지만 중심 상권이 서구 상무지구로, 주거지역은 광산구 첨단·수완지구 등으로 옮겨가면서 쇠락했다.
이날 대인시장은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층 6000여 명이 몰려 통행이 불편할 정도였다. 재래시장이지만 예술작품 전시 및 판매 행사가 열렸고 체험까지 가능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자 신세대들이 대거 몰린 것으로 보인다.
8, 9일 이틀간 열린 대인예술 야시장은 올 들어 세 번째다. 지난해까지 곱창거리 구간에서만 진행됐지만 올 들어서는 시장 전체 점포에 좌판이 개설됐다. 좌판엔 예술가와 수작업 공예품 작가 100명이 만든 각종 미술·생활용품이 가득했고 막걸리, 커피 등 다양한 먹을거리도 풍성했다. 시장에 작업실을 연 예술가 50여 명은 야시장에 각자의 작품을 전시했고 어린이를 위한 그리기, 만들기 체험도 진행됐다. 대인예술시장의 명소 ‘한 평 갤러리’에서는 환영동물원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열렸다.
흥을 돋우는 공연도 펼쳐졌다. 인디밴드, 재즈밴드, 풍물놀이 등 다양한 장르의 게릴라 공연이 선보였다. 혼자 하모니카를 불며 자기만의 정취를 즐기는 50대도 보였다. 탐방객들은 시장통로를 따라 예술품을 구경하거나 구입하고 곳곳에서 펼치지는 공연을 보며 즐거워했다. 대학생 김모 씨(22)는 “현대적 감각과 재래시장이 묘하게 어우러진 야시장 체험은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동남아시아 출신 작가 5명과 미국에서 온 작가들도 머물며 창작활동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야시장 운영 초기에는 예술가 좌판이 주류를 이뤘지만 시장 상인들도 앞다퉈 저녁에 문을 열고 있다. 주변에 맛깔스러운 남도음식과 커피 등을 맛볼 수 있는 공간이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 상권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강영숙 씨(54·여)는 “대인시장에 둥지를 튼 예술가 덕분에 쇠락하던 시장이 다시 살아났다”며 “인파를 몰리게 하는 야시장이 한 달에 이틀만 운영되고 있는데 개장일수를 늘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인예술 야시장이 인기를 끈 것은 작가들이 2007년부터 시장 안에 작업실을 열고 자발적으로 시장 살리기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당시에는 대인시장 점포의 절반가량이 비어있을 만큼 위기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빈 상점이 거의 없다. 시장에 입주한 예술가들은 예술과 재래시장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2011년부터 야시장 문을 열었다. 대인예술 야시장을 한 번 개장하는 데 드는 비용은 1000만 원 정도다.
전고필 대인예술 야시장 총감독(48)은 “야시장 개장 횟수를 늘리자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좌판에서 판매되는 예술품, 공예품은 모두 수제품이라 생산물량에 한계가 있다”며 “야시장이 순수성을 잃어버리면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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