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은 블루오션”… 젊음-열정을 밑천으로 뛰어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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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사장 전통시장 진출기]<1>‘성공이야기’ 창업 오디션 현장
시장에 ‘인생’을 건 젊은 도전자들… 창업코치 강사 말에 귀 ‘쫑긋’
경기도 19일 5명 선발 창업자금 지원

조중연 용인송담대 유통과 교수가 지난달 22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청년상인 성공이야기 만들기’ 사업에 지원한 예비 청년상인들을 대상으로 창업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수원=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조중연 용인송담대 유통과 교수가 지난달 22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청년상인 성공이야기 만들기’ 사업에 지원한 예비 청년상인들을 대상으로 창업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수원=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전통시장이 젊어지고 있다. 특히 무의미한 스펙 쌓기 경쟁 대신 자신의 아이디어와 꿈을 실현하기 위해 전통시장을 선택한 젊은이들의 활약이 크다.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은 최근 5회에 걸쳐 젊은이의 힘으로 부활하고 있는 국내외 전통시장 사례를 소개한 데 이어 추가로 ‘청년사장 전통시장 진출기’를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

경기 시흥시 삼미시장엔 명물 과일가게가 하나 있다. 바로 채소와 과일을 파는 ‘오빠네 과일가게’다. 이 점포의 하루 매출은 500만 원. 지난해 시흥을 포함해 광명, 부천 등 총 5개 점포에서 올린 매출은 50억 원이나 된다. 이 가게를 운영하는 김건우 씨(27)는 시장에서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젊은 오빠’다. 주로 50, 60대인 고객들의 아들 연배인 그는 전통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청년상인이다. 김 씨는 올 5월 경기도가 선정한 ‘차세대 리더 청년상인’ 3명 가운데 한 명으로 뽑히기도 했다.

지난달 22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의 한 강의실에 ‘제2의 오빠네 과일가게’를 꿈꾸는 청년들이 모였다. 동아일보와 채널A,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경기도가 공동 주최하는 ‘청년상인 성공이야기 만들기’ 사업에 도전한 예비 청년상인들이었다.

○ 저 하늘의 별을 잡자


‘못난이꽈배기’ 좌판 연 윤종명씨
‘못난이꽈배기’ 좌판 연 윤종명씨
이날 교육장에 모인 지원자 대부분은 30, 40대로 60, 70대 상인이 주를 이르는 전통시장에서 새파란 청년으로 통할 나이다. KBS 프로그램 ‘6시 내고향’에서 전통시장 리포터로 활약하는 코미디언 조문식 씨가 창업특강 연사로 나서 질문 하나를 던졌다.

“여러분, 40대까지 돈을 얼마나 벌고 싶어요?”

긴장감과 설렘으로 얼어 있던 참가자들의 눈이 순간 열정으로 일렁였다.

“60억 원요! 어제 친구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이야기했어요. 딱 그만큼만 벌면 좋겠다고요.” 한 30대 여성 지원자가 당차게 답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전통시장을 방문한다는 조 씨는 “잘되는 전통시장일수록 젊은 사람이 많다”며 “성공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전통시장은 틈새시장이며, 60억 원도 헛된 꿈이 아니다”라고 의지를 북돋았다.

박근균 경기전통시장지원센터 팀장은 “요즘 전통시장이 어렵다고 하지만 실제 조사를 해보면 하루 매출이 100만 원을 훌쩍 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혜택도 많기 때문에 시장조사만 충실히 하면 전통시장은 청년들이 창업에 도전하는 데 최적의 장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이면 40대로 접어드는 윤종명 씨(39)는 최근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한 중소유통업체에서 근무하다 올해 4월 퇴직한 그는 가족들과 함께 전통시장 투어를 하면서 사업을 구상했다. 그러던 중 고향 충남 천안시 남산중앙시장의 꽈배기 달인에게서 비법을 전수받았다.

윤 씨는 퇴직금 4000만 원을 투자해 이달 경기 의정부시 제일시장 안에 못난이찹쌀꽈배기 좌판을 열었다. 창업 첫날 매출은 60만 원. 월급쟁이 시절 일당보다 훨씬 많은 돈을 손에 쥐었다. 그는 “단지 호구지책으로 전통시장을 선택한 게 아니다. 대박을 터뜨려 사업을 확장하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 야구선수, 교사 출신도 도전


프로야구 꿈 접고 제2도전 김시언씨
프로야구 꿈 접고 제2도전 김시언씨
‘청년상인 성공이야기 만들기’ 사업은 전통시장에서 신규로 창업을 하려 하거나 업종 전환을 통한 재창업을 꿈꾸는 청년상인들을 지원하는 일종의 오디션 프로젝트다. 경기도는 창업교육을 받고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지원자들 가운데 오디션에 참가할 수 있는 15명을 선발했다. 특히 이 가운데 5명은 생애 첫 창업에 도전하는 20대 청년이다.

김시언 씨(28)는 고교 시절까지 10년 동안 야구선수로 활약하다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프로 진출의 꿈을 접은 청년이다. 뒤늦게 중국 유학을 떠나 베이징에서 취업에 성공했지만 한국으로 돌아와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김 씨의 사업 아이템은 먹을거리와 볼거리를 함께 제공하는 ‘철판요리’다. 제주산 흑돼지 고기와 값싸고 품질이 좋은 미국산 블랙앵거스 쇠고기를 사용해 가격 대비 품질 만족도를 높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는 “창업 예정인 경기 의왕시의 거점 상권분석까지 철저하게 마쳤다”며 “꼭 성공해 중국시장으로도 진출하고 싶다”말했다.
체육교사 대신 창업준비 최창락씨
체육교사 대신 창업준비 최창락씨
고교 체육교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준비 중인 최창락 씨(27)도 창업에 대한 열정이 넘쳤다. 지난해 2월 한양대 생활체육학과를 졸업한 그는 “휴학 중일 때 아파트 단지 앞에서 혼자 휴대전화와 인터넷 개통 대리점 영업을 했는데 한 달 만에 500만 원을 벌었다”며 “되돌아보니 내 적성에 가장 잘 맞는 게 장사였다”고 말했다.

최 씨는 과일 소매에 생과일주스 판매를 더해 전통시장 고객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그는 매일 새벽 농수산물 경매장을 찾아 값싸고 품질 좋은 제철 과일을 고르는 법을 공부하고 있다. 최 씨는 “창업 초기에는 과일을 사는 고객에게 생과일주스를 무료로 제공해 홍보할 예정”이라며 “고객과 대화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제철 과일과 그 효능을 알려주면서 친근하게 다가가면 승산이 충분하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문규 경기전통시장지원센터 컨설턴트는 이들에 대해 “인턴 등 다양한 사회 경험을 거쳐 적성을 고민한 끝에 창업을 결심한 청년이 대부분이라 사전준비가 충실하고 태도도 진지하다”고 평가했다. 최 컨설턴트는 “다만 장사 경험이 없는 데다 자본금이 달리고, 마케팅이나 회계 처리가 경력자에 비해 부족한 것이 흠이지만 지자체들이 제공하는 교육을 받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19일 ‘청년상인 성공이야기 만들기’ 최종 선발자 5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종 선발된 청년상인들에게는 창업 사전교육과 임차료 등 창업자금 일부 지원, 마케팅 및 홍보 지원 등의 혜택을 준다.

수원=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창업#청년사장#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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