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없는 미디어는 상상할 수 없다. 미디어는 기술의 변화와 같이 간다. 새로운 기술은 바로 바로 신문, 방송에 적용돼 독자나 시청자들과 만난다. 기자, PD, 미디어 기획자들이 최첨단 제작 기술에 익숙해야 독자나 시청자 수준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펜으로 원고지에 기사를 써야 '손맛'을 느끼는 기자들, 마이크만 잡으면 되는 줄 아는 기자들은 이제 설자리가 없다. 그런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종이신문의 약세와 온라인 미디어의 약진으로 요약되는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는 미디어 관련 학과에게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생존을 위한 변신의 몸부림은 서울여자대학교 언론영상학부라고 예외가 아니다.
SOW(Spiders On the Web)는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의 13개 '소학회' 중 하나다. 소학회란 교수와 학생이 자발적으로 만든 실습 위주의 '공부 동아리'다. 11명의 교수 전원이 1개 이상의 소학회를 지도하고 있으며 520여명의 학생 중 50%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SOW는 2011년 "미디어 종사자는 소통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디지틀 언어능력'이 필요하며, 그것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웹 관련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만들어졌다. 정규학과 과정에도 '웹 디자인 실습', '웹 퍼블리싱', '웹 포트폴리오' 등이 있긴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디어관련 학과들은 이론에 치우치거나 실습을 한다 해도 방송 제작 위주여서 웹 기반을 바탕으로 한 이론과 실습에 무게를 두고 있는 학과는 드물다.
학회를 이끌고 있는 정낙원 교수는 "한국 대학 현실에서 사회과학분야에 속하는 언론영상학부가 실습을 위주로 하는 게 생소할지 모르지만 미국의 미디어관련 학과에서는 3학점짜리 과목도 3시간의 이론교육과 3시간의 실습교육을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실무에서 바로 써 먹을 수 있는 능력을 방과 후 교육을 통해 가르치는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의 도전은 예가 드물다"고 말한다.
SOW학회장을 역임한 양희정 씨(4학년)는 "방송제작에 관심이 있었는데 마침 학회가 생겨서 주저 없이 가입했다. 방송은 웹과 관련이 많은데 웹 관련 언어와 제작 실무를 배우면서 방송을 보는 시각도 넓어졌다. 융복합이라는 시대흐름에 맞는 학회인 것 같다"며 "소학회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관련 분야의 진출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언론영상학부의 소학회는 교수들의 의식변화가 가져온 산물이다. 학부장인 임정수 교수는 "11명의 교수 전원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미디어 환경은 급변하고 있는데 기존 신문, 방송 플랫폼에 맞춰진 교육으로는 현실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왕 변할 바에야 선도적으로 변하자는 공감대를 갖게 됐다. 교수 평균연령이 40대 초반이어서 젊은 교수들이 앞장서 급변하는 미디어 패러다임에 적합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진로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한다.
학부는 기존의 신문, 방송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저널리즘 과목은 물론이고, 광고. 홍보, 문화기획, 웹 모바일기획, 엔터테인먼트 기획 등의 분야에 필요한 과목들도 개설하고 있다. 개설된 교과목으로만 본다면 미디어와 콘텐츠 전반을 아우르는 '문화컨텐츠학과'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이 중시되는 시대인 만큼, 학생들에게 다양한 인문학 과정을 수강하도록 권장하고 있는 것도 이 학부의 특징 중 하나. 2009년부터 32개 창의적 표현영역 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이 소트프파워와 하드파워를 두루 몸에 익힐 수 있도록 하는 교육체계를 완성했다.
최근 이 대학의 '미디어 비오톱 사업단'이 교육부가 주관하는 대학특성화사업에 선정됐다. 이 사업단은 자생력과 상생력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단 선정으로 졸업생을 중소 미디어와 웹 관련 기업으로 보낼 수 있는 '알짜배기 학부'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바탕이 마련됐다. 국가로부터 연간 3억 원 씩 5년간 지원받는 자금을 올 2학기부터 교과과정 개편과 비교과과정의 시스템화에 투입할 예정이다. 교과과정 개편은 지금도 하고 있지만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개편할 예정이며 필요한 교수진도 충원할 계획. 비교과과정의 핵심인 '창의성 기획캠프'는 중소 미디어 기업과 연계해 기업에서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서울시와 연계, 캠퍼스가 있는 노원구와의 협조를 통해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돕고, 사회공헌 활동도 할 예정이다.
'우리는 혁신을 이야기 합니다'란 모토를 갖고 있는 'I'm(Innovation in media)' 소학회는 서울여대 영상학부의 미래를 설명해준다. I'm에는 소학회 중 가장 많은 30여명의 학생들이 참가하고 있다. 이유가 있다. 다루는 주제가 현재의 트렌드를 즉시 반영하고 있고,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인 형태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
이 학회를 지도하고 있는 장윤재 교수의 말. "학생들은 새로운 미디어를 사용하는 당사자들이다. 누구보다도 뉴 미디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 간의 토론은 그들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영역으로 관심을 확장하는데 도움을 준다. '구글의 플랫폼 전략' '새롭게 선보이는 SNS 전략' 등 세미나 주제도 학생들 스스로 정한다. 나는 방향만 제시해 줄 뿐이다." 교과과정을 보충하는 소학회가 학생들이 변화에 대한 통찰력을 갖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I'm을 만드는데 산파역을 하고 지금은 어플리케이션 회사에서 모바일 앱 기획을 하고 있는 영상학부 졸업생 이수영 씨(25)는 "내가 받은 교육 덕에 미디어에 대한 관심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고, 관련 기업에도 취업할 수 있었다"며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영상학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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