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불안 떠는데 감염병 관리에 ‘구멍’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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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10건중 9건-말라리아 5건중 1건꼴 늑장 신고

《 최근 보건당국이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국에서 들어온 입국자를 놓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등 각종 감염병 환자에 대한 관리에도 허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의사가 감염병 의심환자를 발견할 경우 보건당국에 즉시 신고해야 하지만 이 같은 의무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에이즈 감염 확진자 973건 중 무려 783건(80.6%)이 신고에 4일 이상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일 이상 신고 되지 않은 경우도 155건(15.9%)이나 됐다. 규정대로 ‘즉시 보고’를 지킨 것은 63건(6.5%)에 불과했다.

현행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의사 또는 한의사가 에이즈, 말라리아,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진드기바이러스) 등의 1∼4군 감염병을 진단할 경우 즉시 관할 보건소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감염병 신고 지연 현상은 에이즈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A형 간염은 지난해 보건당국에 신고된 867건 중 31.7%(275건)가 지연 신고였다. 말라리아(22.2%), 비브리오패혈증(26.8%), 일본뇌염(28.6%)도 신고 지연 건수가 많은 감염병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국민들의 걱정이 높았던 야생진드기에 의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의 경우 36건의 총 신고건수 중 6건이 늦은 신고였다. 보건복지부는 “의사들이 신고 의무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라서 제때 신고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지연 신고에 대한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신고를 늦게 하거나 거짓으로 할 경우 의료기관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실제 행정조치를 취한 것은 단 6건에 불과했다.

감염병 발견 후 역학조사도 제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형 간염, 일본뇌염 등 1, 2군 감염병이 발생할 경우 질병관리본부나 지자체는 신고 즉시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말라리아, 비브리오패혈증 등 3, 4군 감염병의 경우 3일 이내에 역학조사가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사망 환자가 발생한 10개 감염병 신고 1656건 중 5.2%(86건)의 역학조사가 늦게 이뤄졌다. 특히 말라리아 신고 2건, 비브리오패혈증 1건의 경우 보건당국에 접수된 후 31일 이후에야 역학조사가 이뤄졌다.

보건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에이즈 등 감염 우려가 큰 감염병의 경우 신고가 늦으면 늦을수록 피해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즉시 신고가 중요하다”며 “하지만 정작 의사 자신이 신고해야 하는 감염병인 줄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에볼라 바이러스#감염병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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