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지역 초등학교 2학년 A 군은 여름방학 숙제인 ‘구구단 1분 안에 완벽하게 외우기’ 때문에 수학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A 군의 어머니 김모 씨는 “직접 가르치려고 해보았지만 개학 일주일 전까지 다 외우지 못해서 결국 수학 학원에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요즘 개학을 앞둔 초등 저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필수 방학숙제인 ‘구구단 암기’를 하느라 전쟁을 치른다. ‘구구단’은 초등 2학년 2학기 수학 교과의 두 번째 단원. 구구단 암기를 지루해하는 자녀를 가르치다가 언성을 높여 자녀의 기를 죽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초등 학부모들 사이에서 구구단은 ‘아이들이 수학에서 멀어지는 첫 과정’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 구구단 암기를 쉽고 재미있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구구단 실력… 중·고등학교 수학실력으로 이어져
수학 교육과정에 따르면 구구단을 강제로 암기시켜야 할 필요는 없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몇 초 안에 구구단 외우기’ ‘구구단 거꾸로 완벽하게 외우기’ 등의 과제를 주어 구구단 암기에 열을 올린다. 구구단을 숙지하지 못하면 앞으로 배울 사칙연산 등의 연산 과정에서 문제 푸는 속도가 떨어지고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의 한 초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는 “구구단을 가르칠 때마다 확실하게 암기시키기 위해 흰 종이 위에 구구단을 ‘9 곱하기 9’부터 ‘2 곱하기 1’까지 거꾸로 빠짐없이 모두 적으라는 쪽지시험을 본다”고 전했다.
경기 양오초 이민경 교사는 “구구단을 초등 저학년 때 외우고 끝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구구단의 원리를 충분히 배우고 암기해야 초등 3, 4학년 때 배우는 사칙연산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중·고교 수학 교과에 나오는 제곱근, 교환법칙, 인수분해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구구단 빙고… 놀이형이 효과적
구구단을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초등학교 교사들은 ‘더하기를 충분히 가르치라’고 입을 모은다. 곱셈은 같은 수를 계속 더해가는 덧셈에서 나온 것이므로 덧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곱셈의 원리를 이해하기 어려워 구구단 실력이 늘기 어렵다.
구구단의 규칙을 찾아 외우게 하는 방법도 있다. 이 교사는 “6단은 일의 자리 숫자가 6, 2, 8, 4, 0 등 짝수가 반복되고, 9단은 일의 자리가 9부터 1씩 줄어들고, 십의 자리는 0부터 1씩 늘어나는 규칙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쉽게 외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구구단 빙고’ 게임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빙고 판에 구구단 숫자를 자유롭게 적은 뒤 번갈아가면서 ‘몇 곱하기 몇’이라고 문제를 내면 빙고 판에서 그 답을 찾아 표시해 직선을 먼저 만들면 이기는 게임이다. “게임하면서 구구단 외워져요”
‘모두의 19단’ 애플리케이션으로 19단 학습게임을 하며 즐거워하는 서울서빙고초 6학년 장서원 양. 장 양은 “19단 앱으로 13, 16, 19단을 외운 뒤로 수학 문제풀이가 쉬워졌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unmin112@donga.com
구구단 게임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학습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가 20일(수) 출시하는 구구단 앱인 ‘모두의 구구단’은 구구단 암기를 지루해하는 초등생을 위해 개발된 학습 게임.
공격하는 플레이어와 방어하는 플레이어가 제한시간 안에 1∼9 가운데 숫자를 하나씩 선택하면 두 플레이어는 두 수를 곱한 값을 숫자판 위에서 선택한다. 먼저 숫자 5개가 직선으로 연결되도록 한 플레이어가 이긴다. 게임은 혼자 하는 ‘CPU 모드’와 다른 사람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인전 모드’가 있다. 함께 출시되는 ‘모두의 19단’ 앱은 선택할 수 있는 숫자가 1∼19로 늘어난다.
일주일 동안 매일 30분씩 ‘모두의 구구단’을 체험한 서울원묵초 2학년 정수혁 군은 “게임을 할수록 구구단을 확실하게 외우게 된다”며 “엄마·아빠, 동생과 하다 보니 경쟁심이 생기며 공부가 아니라 게임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모두의 19단’ 앱을 체험한 서울서빙고초 6학년 장서원 양은 “숫자판에 답이 표시되는 것을 반복해서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외워졌다. 13, 16, 19단을 외웠다”며 “이제 두 자릿 곱셈에서 올림 과정을 적으면서 계산하지 않아도 답이 바로 떠올라서 수학 문제풀이가 쉬워졌다”고 말했다.
앱은 안드로이드 기반에서 실행 가능하며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모두의 구구단’ 혹은 ‘모두의 19단’을 검색하면 내려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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