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과학기술로 모든 혁신을 아우를 순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9일 03시 00분


랭던 위너 美 렌슬러공대 교수 KAIST 주최 학술행사 참석

“과학기술적 혁신이 반드시 좋은 건 아니죠. 과학기술의 변화는 기존의 사회관행이나 전통을 파괴해 새로운 가치나 기회를 만들어 내는데 이게 맞지 않을 때도 있기 때문이죠.”

국제회의 동아리인 KAIST ICISTS(과학기술과 사회의 통합을 위한 국제학생회의)가 대전 유성구의 캠퍼스 내에서 ‘과학이 사회를 이끄는가?’를 주제로 연 회의에서 나온 얘기다.

이 행사에 참석한 미국 뉴욕 렌슬러공대 랭던 위너 교수(사진)는 18일 “과학기술의 혁신은 모든 경우에 바람직한 것이라는 믿음이 널리 확산돼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20세기 초 에디슨이 영상기기를 발명하고 이를 토대로 교육 회사를 설립해 학교 교육을 대체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과학기술의 혁신은 전통의 흐름에 변화와 개선을 가져오거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만 교육 같은 특정 분야는 ‘새로운 것’이 항상 낫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렌슬러공대의 과학기술학과정의 정치철학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미국 기술철학회장을 지냈고 ‘길을 묻는 테크놀로지’라는 저서를 번역 출간하기도 했다. ICISTS가 교통비만 제공하면서 회의에 초빙했음에도 “과학기술과 사회의 교량 역할을 하려는 학생들의 취지에 공감한다”며 선뜻 응했다.

“예컨대 에너지의 경우 아직은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천연자원을 싸고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점점 구하기 힘들어진다. 그러나 과학기술은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인류는 기술적인 변화가 경제성장을 가져오고 생산적인 변화와 일자리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기존의 믿음들에 대해 다시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게 위너 교수의 얘기다.

그는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지구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인류의 활동, 특히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탄소배출이 기후변화를 가져온다는 최근의 과학적인 연구 결과 때문이다. 여전히 지구온난화에 의혹을 제기하는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이 있지만 이런 사람들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위너 교수는 미국 언론의 기후변화 보도에 대해 “언론은 양자의 의견에 기계적인 균형을 취함으로써 오히려 기후변화 논란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인식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랭던 위너#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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