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돌담길 - 구들장 논 - 긴꼬리투구새우… 청정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슬로시티
국립공원 명품마을 평가서 1위
지방문화재 279호인 전남 완도군 청산도 상서마을 옛 담장길. 섬마을의 원형을 간직한 상서마을은 최근 환경부가 주관한 전국 국립공원 명품마을 평가에서 1위에 선정됐다. 완도군 제공
전남 완도군 완도읍에서 뱃길로 40분 거리인 청산도는 ‘청산(靑山)’이란 이름처럼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한 섬이다. 구불구불 이어진 옛 돌담길과 구들장 논, 전래 풍습인 풍장(風葬), 고인돌을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청정 자연 환경과 느리게 살아가는 섬 주민의 생활양식은 2009년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되는 이유가 됐다. 청산도에서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은 상서마을이다. 33가구 54명이 사는 상서마을은 청산도 탐방객들이 꼭 들러보는 곳이다. 섬의 풍광과 정취를 한 곳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상서마을이 최근 환경부가 주관한 국립공원 명품마을 평가에서 1위로 선정됐다. 그 비결은 바로 슬로시티가 추구하는 ‘느림의 미학’이었다.
○ 개발제한 찬성한 마을
청산도는 2011년까지만 해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포함돼 있었다. 섬 주민들은 개발이 제한되고 재산권 행사에도 제약을 받기 때문에 국립공원에서 풀리길 원했다. 하지만 상서마을은 청산도 23개 마을 가운데 유일하게 국립공원 존치를 희망했다. 안봉일 청산면장은 “청산도가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해지면서 관광객이 밀려들자 개발 붐이 일었다”며 “상서마을 주민들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상서마을은 전통문화와 역사자원이 많아 청산도 내에서도 자연자원의 보존가치가 높은 곳이다. 지방등록문화재 제279호로 지정된 돌담길은 흙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자연석으로만 쌓아 올린 ‘강담’ 구조다. 1970년대 초 새마을운동 당시 마을길을 넓히면서 일부 담장을 옮겨 쌓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마을의 경작지는 섬 특유의 전통문화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구들장 논’이다. 청산도는 돌이 많은 지형 특성상 물 빠짐이 심해 물이 필요한 논농사를 지을 땅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옛날부터 경사지에 넓적한 돌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흙을 덮은 구들장 논을 조성해 농사를 짓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그 가치를 인정해 올 4월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했다. 구들장 논에는 멸종위기종 2급인 긴꼬리투구새우가 서식하고 있다.
○ 청산도 ‘랜드마크’
상서마을은 환경부로부터 자연생태 우수마을로 지정되면서 청산도의 ‘랜드마크’가 됐다. 주민들은 5억 원을 지원받아 명품마을 조성에 나섰다. 긴꼬리투구새우 전시관과 슬로힐링 빌리지를 짓고 트레킹 코스를 개발했다. 지붕을 산뜻하게 개량하고 담장 벽화사업으로 마을을 예쁘게 꾸몄다. 고사리 수확 체험장을 만드는 등 생태관광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청산도의 원형을 간직한 마을로 알려지면서 탐방객의 발길도 이어졌다. 2011년에는 마을 탐방객 수가 2만1345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8만6576명으로 늘었다. 자연산 미역, 다시마, 고사리, 콩, 마늘 등 특산품을 판매하는 마을장터를 개설해 지난해 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초봄에 수확하는 해풍마늘은 상서마을의 주력 특산품으로 인기다. 임대윤 이장(29)은 “3년 전 국립공원 해제 여부를 놓고 주민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지만 지금은 다들 잘한 결정이라며 반기고 있다”며 “2년 사이 20, 30대 4명이 귀향해 마을에 아이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산도는 상서마을 명품화 사업에 힘입어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 경관우수마을 콘테스트에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농촌마을’로 선정됐다. 한국관광공사가 뽑은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관광지’ 4위, 대한민국 가족체험여행지 ‘베스트 그곳’에도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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