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이 무심코 던진 말… 선수들 자책감 불질러 아예 운동인생 접기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2일 03시 00분


[말이 세상을 바꿉니다]<5>일그러진 마음, 비뚤어진 말
전문가들이 진단한 문제점

스포츠 심리학자인 김병준 인하대 체육학과 교수는 힘들게 자신을 찾아왔던 한 선수를 잊지 못한다. 김 교수는 “종목만 얘기해도 바로 아는 ‘톱클래스’ 스타였는데 팬들의 악의적인 댓글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댓글을 쓴 팬들은 처음에는 이 선수를 열렬하게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다 이 선수의 기록이 다른 선수에게 차츰 뒤처지면서 팬들의 애정은 ‘적의(敵意)’로 바뀌었다. 인신공격이나 다름없는 팬들의 악플은 계속됐고, 급기야 이 선수는 경기 출전을 포기하게 됐다.

“온갖 꼬투리를 잡고, 허무맹랑한 개인 신상 얘기까지 유포되니까 그 선수는 은둔해버렸고 결국에는 선수 생활까지 접었습니다.”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악플’의 내용은 가혹할 정도다. 선수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선수의 경기 성적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그렇다면 스포스 선수들은 악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한덕현 중앙대 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악플에 시달리던 한 선수는 관중의 환호가 전부 욕으로 들린다며 나에게 상담을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선수들이 악플에 괴로워하는 이유는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기 때문인데, 이는 팬이 던진 비난을 200∼300% 더 크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내가 못해서 비난을 받는 것이라면 어떤 상황에서 실수를 범한 것인지, 내 실수가 팀 승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현실적으로 객관화해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교수는 또 “선수 스스로가 댓글에 무덤덤해지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병준 교수는 “선수 스스로 팬들의 반응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자기 컨트롤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력 향상을 위한 과정과 목표에 더욱 신경 쓰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팬들도 경기 결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스포츠맨십, 선수들의 플레이 등 스포츠의 본질적인 면을 즐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스포츠 선수#악플#악성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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