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흥국사 “의승수군 유물 지원 절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5일 03시 00분


임진왜란때 활약한 승병 무기-옷… 2003년 준공된 전시관에 보관중
습기로 훼손… 관리비 부족 발동동

관객 1500만 명을 넘어선 영화 ‘명량’을 보면 이순신 장군과 함께 배 위에서 백병전을 벌이는 승병(僧兵)들이 나온다. 이 승병들은 누구일까?

임진왜란(1592∼1598)이 일어나자 이순신 장군이 지휘하던 전남 여수 전라좌수영 인근에 있던 흥국사(興國寺)에 의승수군(義僧水軍) 본부가 차려진다. 이 본부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왜구들이 부녀자들을 납치해 몹쓸 짓을 해 그 비명소리가 깊은 산속 사찰까지 들려와 스님들이 나서게 됐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의승수군 본부에는 충청 전라 경상도 스님 700여 명이 참여했다. 승병들은 이순신 장군과 함께 각종 해전에 참여했다. 흥국사는 승병 주둔지이자 군사 훈련소였다. 영화에 나오는 승병들은 의승수군 본부에 머물며 훈련을 받았던 스님들이다. 당시 전라좌수영 산하에서 전투 이외에 군량 조달, 거북선 건조 등에 참여했다. 의승수군은 임진왜란 이후 조선시대 말까지 300여 년간 흥국사 스님들이 주축을 이룬 300여 명으로 상설 운영돼 국방의 일익을 담당했다.

여수 영취산에 자리한 흥국사는 나라의 융성을 기원하기 위해 고려시대인 1195년 건립됐다. 흥국사에는 임진왜란 당시 유일하게 수군 승병이 있었다. 현재 조계종 19교구 화엄사 말사인 흥국사는 이처럼 오랜 호국사찰의 뿌리를 지닌 곳이다.

흥국사에는 대웅전과 후불탱화 등 보물 9점과 원통전 등 전남도 지정문화재 4점 등 800여 점의 유물이 있다. 이 가운데 승병들의 유물인 ‘공북루(拱北樓)’라는 한자가 적힌 조선시대 액자가 눈길을 끈다. 옛날 성의 북쪽 문에 해당하는 것으로 북쪽에 임금이 있다고 해 ‘공북’이라고 했다. 승병들과 수군들이 임금을 받들어 모신다는 의미로 이 액자를 보며 아침저녁으로 인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사 영인 스님은 “현판 서체에 무인의 기상이 서려 있다”고 말했다.

흥국사에는 승병들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칼, 창, 철퇴 등의 무기와 승복 등 20여 점의 유물도 있다. 20여 년 전 흥국사 대웅전 해체 당시 승병 300명의 명단이 적힌 기록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여수시는 2003년 4월 승병 유물을 전시하는 흥국사 의승수군 유물전시관을 준공했다. 18억 원이 투입된 전시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469m²(약 142평)다. 전시관 운영 초기에는 문화해설사와 전시관장 등이 배치돼 비교적 체계적으로 관리됐지만 지금은 전시관 곳곳에 습기가 차 일년 내내 에어컨이나 제습기를 작동시켜 할 정도로 상황이 열악하다. 일부 유물은 습기에 훼손되는 등 관리가 부실한 실정이다.

흥국사는 2007년경부터 문화재청과 여수시에 운영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사 관계자는 “전시관의 귀중한 유물들을 체계적으로 보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명량#이순신#승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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