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버스, 도로 잠기자 농로 우회… 순식간에 하천 빨려들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6일 03시 00분


급류 휩쓸린 시내버스 참변
운전기사 포함 5, 6명 탑승 추정… 물에 잠긴 차에서 시신 1구 수습
“40m 떠밀려가다 교각 충돌후 잠겨… 튕겨나온 승객들 살려달라 외쳐”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폭우 속에 농촌마을을 운행하던 버스가 하천에 빠져 승객 전원이 사망 또는 실종됐다. 승객들의 귀가를 걱정한 버스기사의 순간적인 오판이 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오후 2시 52분경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진북교 상류 50m 지점 농로를 운행하던 마창여객 소속 71번 시내버스가 불어난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다 다리 난간에 걸렸다. 당시 창원 일원에는 시간당 최대 83.5mm의 폭우가 쏟아졌고, 저지대인 진동면의 도로와 농경지도 대부분 물에 잠긴 상태였다.

사고 수습에 나선 소방당국과 경찰은 물에 잠긴 버스의 운전석 뒤에서 안모 씨(19)의 시신을 수습했다. 버스는 이날 오후 7시 10분경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인양했으나 추가로 승객은 찾지 못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 버스에 운전기사를 포함해 5, 6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블랙박스를 분석해 탑승객 수를 파악하는 한편 해경의 협조를 얻어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경찰이 회수한 블랙박스는 상태가 좋지 않아 이날 오후 충북 청주시의 전문 업체에 분석을 의뢰했다.

경찰은 이 노선을 9년 이상 운행한 버스기사 정모 씨(53·실종)가 평소 다니던 지방도 1002호선 등이 물에 잠긴 데다 행정당국에서 통제를 하자 우회도로를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성 쪽에서 마산 방향으로 가다 진북면 지산리 학동삼거리에서 덕곡마을로 진입한 버스는 너비 4m 정도의 농로를 따라 2km 정도를 우회한 뒤 1002호 지방도로 진입하기 전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채널A가 입수한 시청자 제보 화면에는 하천에 빠진 버스가 하천을 가로지르는 듯한 자세로 물살에 얹혀 빠르게 40m 정도를 떠내려가다 진북교 교각과 한 차례 충돌한 뒤 물보라를 내뿜으며 가라앉는 장면이 담겨 있다. 진북교 인근 주택 2층에서 사고를 목격한 이미숙 씨(53·여)는 “농로를 천천히 운행하던 버스가 한동안 멈춰서 있더니 갑자기 하천으로 빨려들어갔다”며 “차량 밖으로 튕겨 나온 승객 몇 명이 ‘살려 달라’고 소리를 질러 마을주민들이 구조하려 했지만 물살이 워낙 거칠어 접근이 어려웠고, 곧 물살 속으로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김수용 씨(63)는 “양동이로 퍼붓듯 물폭탄이 쏟아지는 것은 난생처음 봤다”며 “버스가 상습 침수지역인 지방도를 피해 농로로 우회하려다 사고를 당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농로#하천#창원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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