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갑(甲) 질'을 일삼은 공무원을 징계하고, 모든 공문서에 '갑을(甲乙)'이란 표현을 없애기로 했다. 공무원의 부당한 횡포를 신고하는 비공개 신고센터도 설치된다.
서울시는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갑을 관계 혁신 대책'을 26일 발표했다. 서울시는 "지난 2, 3년간 불평등한 갑을 관계를 개선을 위해 꾸준하게 노력했지만 아직도 '공무원이 권한과 지위를 남용해 부당하게 대한다'는 항의, 민원이 끊이질 않아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시가 앞서 6일 발표한 '서울시 공직자 혁신대책'은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금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행동강령 제정은 공무원의 지위 남용에 대한 대책을 담았다.
시는 이번에 갑을 관계 청산을 위해 공무원이 지켜야할 10가지 항목의 '갑을 관계 혁신 행동강령'을 마련했다. '인·허가, 단속 등을 할 때 자의적 기준을 적용하지 않겠다', '불필요하게 방문을 요청하거나 회의를 소집하지 않겠다' '꼭 필요한 자료만 요청하고 충분한 시간을 주겠다'는 등의 내용이다. 강령을 어기면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징계대상으로 삼아 처벌한다. 그동안 징계대상은 비리·비위 행위에만 적용됐다.
'채찍'과 함께 '당근'도 준다. 갑을 관계 개선에 기여한 공무원을 매달 5명씩 선정하고, 이들 중 연말에 '올해의 MVP'를 선발, 포상이나 1호봉 특별승급을 시킨다. 1호봉이 오르면 연봉으로 따져 50만 원 정도가 인상된다.
또 서울시의 모든 계약 문서에 '갑을'이란 용어가 사라진다. 이에 따라 기존에 '갑'으로 호칭됐던 서울시는 '발주기관' '시'라고 표현되고 , 상대편은 '계약상대자' 등으로 불리게 된다. 불필요한 행정은 간소화 된다. 건축 분야에서 관련 법에 근거 없이 시나 자치구가 임의적으로 내린 지침들을 전수조사 해 폐지키로 했다. 그동안 위생 점검, 원산지 점검 등으로 각각 나눠 실시했던 위생업소 지도점검을 한꺼번에 실시해 영업주의 부담을 줄인다. 또 갑을관계가 많이 발생할 수 있는 △건설공사 △식품안전 △민간위탁 △민간보조금 등 10개 분야에 민관 협의체인 '갑을 거버넌스'를 만들어 '을'의 주장을 적극 수렴한다. 시 홈페이지에는 시장과 감사관만 열람할 수 있는 '갑의 부당행위 신고센터'를 만든다.
시는 공무원의 재량권 행사 기준과 원칙을 담은 '재량권 행사 가이드라인'도 제정해 12월 공포할 계획이다. 기존 법령과 조례가 공무원에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재량권을 줘서 공무원의 우월적 지위가 형성됐다고 보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다. '박원순호'가 민선 6기 초기부터 '청렴' '갑을 관계 청산' '재량권 조정' 등 키워드를 앞세워 공무원 조직 체질 개선에 고강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셈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공직사회에 남아 있는 부당한 갑을 관행을 완전히 뿌리 뽑을 때까지 혁신대책을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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