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국제봉사단 학생 62명, 12일간 울란바토르 빈민촌 찾아
“진료 받으러 20km 걸어온 분도 있어… 밤중까지 봉사해도 가슴은 뿌듯”
가톨릭대 국제봉사단 소속 학생들이 몽골 울란바토르 외곽 종모트 초원의 한 목장에서 잡초를 뽑아 나르고 있다. 봉사단은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나눔 문화를 실천하는 단체에 주는 ‘행복 나눔인’에 뽑혀 장관상을 받았다. 가톨릭대 제공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준 이웃 사랑과 봉사의 소중함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경기 부천시 가톨릭대 국제봉사단 소속 학생 62명은 2학기 개강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여름방학 기간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얻은 값진 경험을 주위에 전하고 싶어서다. 송지하 씨(21·영문학과 3학년)는 “우리가 내민 작은 손길이 몽골의 빈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내년에도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학 국제봉사단은 사회봉사팀과 의료봉사팀으로 나눠 7월 28일부터 12일 동안 몽골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사회봉사팀은 울란바토르의 빈민들이 모여 사는 바양호슈에 캠프를 차렸다. 버려진 건물에서 매일 오전 9시∼오후 5시 13세 미만 어린이 170여 명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통역사와 함께 한국어와 태권도를 가르치면서 틈틈이 케이팝(한국대중가요) 교실을 열자 반응은 뜨거웠다. 노래와 춤을 배우기 위해 갓난아기인 동생을 업고 수업에 참석한 어린이도 많았다. 생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비즈공예와 바느질을 가르치며 풍선, 비눗방울, 바람개비, 클레이 만들기, 마술 등의 강좌도 진행했다.
수업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학생들은 빈민촌을 돌며 혼자 사는 노인의 집을 방문했다. 악취가 코를 찔렀지만 오래된 이불과 옷가지를 빨고, 집 안 곳곳을 청소했다. 지은 지 오래돼 낡은 탁아소 건물도 말끔하게 수리했다. 비가 새는 천장과 지붕에 방수포를 새로 씌우고, 건물 곳곳의 균열은 시멘트를 발라 메웠다. 건물 내부의 전선을 새것으로 바꾸고, 외벽을 도색했다.
빈민촌 인근 종모트 초원을 찾아 곳곳에 널려 있는 쓰레기를 수거하는 것도 힘든 작업이었다. 주민들이 말이나 차를 타고 다니며 마시다 함부로 버려 깨진 유리병이 한 트럭 분량이 넘었다. 학생들이 쓰레기를 모두 치웠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종모트 시장이 “주민들도 외면했던 일을 해줘 고맙다”며 감사패를 줄 정도였다.
의료봉사팀도 빈민촌인 쇼옹페버리 보건소에 짐을 풀었다. 이 대학 의료진이 진료를 시작하자 보건소 앞마당은 매일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친절한 한국인 의사가 약을 무료로 처방해준다고 소문이 나 진료를 받으려고 환자들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김문영 씨(22·간호학과 4학년)는 “진료소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면 한숨이 나올 때도 있었지만 치료를 받으려고 20km가 넘는 길을 걸어서 온 환자 앞에서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며 “병원은 물론이고 의약품이 흔치 않기 때문에 환자들이 몰려 예정된 진료시간을 넘겨 밤이 돼야 봉사활동이 끝나는 날이 많았다”고 말했다.
봉사단은 한국으로 떠나기 전인 7일 주민들을 위한 특별공연을 했다. 수업을 들은 어린이와 학생들이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라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몽골어로 부르자 관객석은 울음바다로 바뀌었다. 어린이들은 봉사단에 직접 만든 팔찌와 머리핀, 인형 등을 감사의 선물로 건넸다.
봉사단을 이끈 조정환 신부는 “학생들이 소외된 지구촌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대는 1997년부터 매년 여름방학을 이용해 필리핀과 우즈베키스탄, 파푸아뉴기니, 몽골 등에 봉사단을 파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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