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김기현 울산시장 “설거지하다 접시 깨도 좋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8일 03시 00분


공무원에게 적극적 업무자세 주문
순환관광버스 제안 손종학 사무관, 소신있는 아이디어로 인사 가산점

“정해진 관광지만 운행하는 시티투어보다 관광지 일대를 순환하는 정기버스를 운행하죠.”(손종학 울산시 관광기획사무관)

“순환버스는 운영비가 너무 많이 들지 싶은데….”(김기현 울산시장)

13일 오후 1시 울산시장실. 김 시장 주재로 김상육 과장과 손 사무관 등 시 관광과 직원 10여 명이 참석해 관광업무 현안 토론회가 열렸다. 김 시장이 “울산 관광 활성화 의견을 밝혀보라”고 하자 손 사무관이 이렇게 주장했다. 하지만 김 시장이 난색을 표한 것.

과거엔 이 정도 이야기가 나왔으면 그걸로 끝이었다. 하지만 손 사무관은 김 시장에게 순환 관광버스 운행의 필요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손 사무관은 “면적이 서울의 1.8배인 울산에는 관광자원이 넓게 분포돼 있다. 현재는 관광지마다 찾아다니는 ‘점(點)’ 방문형 시티투어를 하고 있다. 문화·관광지를 ‘선(線)’으로 연결해 이 선을 따라 순환관광버스를 운행하는 순환형 관광으로 바꿔야 한다. 그 선을 연결하면 ‘면(面)’이 되며, 그 면 안에 관광객 숙식이 가능하도록 채워주면 훌륭한 테마관광코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의 관광 트렌드는 단체관광보다는 자유여행이며, 대학생 등 젊은층 위주의 자유여행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 가운데 하나도 순환관광버스 운행”이라고 덧붙였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김 시장은 고개를 점점 더 크게 끄덕였다. 김 시장은 “손 사무관의 해박한 관광발전방안에 놀랐다. 한번 해보자”고 받아들였다. 이 방안은 현재 시 문화체육관광국 주도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시장에게 소신을 굽히지 않고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해 칭찬을 들은 손 사무관에게는 인사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차기 정기인사 평정에서 실적가산점수(가점) 0.5점을 부여받는다. 손 사무관과 같은 팀원에게도 0.2점씩 가점이 주어진다.

김 시장 취임 이후인 이달 1일부터 시행 중인 ‘실적가점제도’ 때문이다. 이 제도는 근무성적평정에서 특별한 업무실적이 있으면 가점을 부여해 승진에서 우대하는 것. 자치단체로는 울산시가 처음 도입했다. 울산시 인사 담당자는 “실적가점 0.5점은 승진 여부가 결정될 수 있는 아주 큰 점수”라고 말했다.

김 시장은 당선인 시절에도 자유토론식 업무보고로 화제가 됐다. 김 시장은 직원들에게 “현안에 대해 의견을 밝히지 않고 백지 상태에서 토론만 듣겠다. 자유롭게 토론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 시장은 27일 “설거지를 하다 접시를 깨도 좋다”며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자세를 거듭 강조했다. 김 시장은 “사소한 오류, 감사 지적 등을 두려워하는 소극적인 자세로는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행정이 민간의 소리를 수렴해 개혁과제를 뒤늦게 선정하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주도적으로 개혁과제를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실적가점을 받기 위해 직원 상호 간, 상하급자 간에 아이디어 공유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복지부동’으로 대표되는 공직 분위기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측면에서 울산시가 도입한 ‘실적가점제도’를 시민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김기현#울산시장#공무원#순환관광버스#손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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