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관광지만 운행하는 시티투어보다 관광지 일대를 순환하는 정기버스를 운행하죠.”(손종학 울산시 관광기획사무관)
“순환버스는 운영비가 너무 많이 들지 싶은데….”(김기현 울산시장)
13일 오후 1시 울산시장실. 김 시장 주재로 김상육 과장과 손 사무관 등 시 관광과 직원 10여 명이 참석해 관광업무 현안 토론회가 열렸다. 김 시장이 “울산 관광 활성화 의견을 밝혀보라”고 하자 손 사무관이 이렇게 주장했다. 하지만 김 시장이 난색을 표한 것.
과거엔 이 정도 이야기가 나왔으면 그걸로 끝이었다. 하지만 손 사무관은 김 시장에게 순환 관광버스 운행의 필요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손 사무관은 “면적이 서울의 1.8배인 울산에는 관광자원이 넓게 분포돼 있다. 현재는 관광지마다 찾아다니는 ‘점(點)’ 방문형 시티투어를 하고 있다. 문화·관광지를 ‘선(線)’으로 연결해 이 선을 따라 순환관광버스를 운행하는 순환형 관광으로 바꿔야 한다. 그 선을 연결하면 ‘면(面)’이 되며, 그 면 안에 관광객 숙식이 가능하도록 채워주면 훌륭한 테마관광코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의 관광 트렌드는 단체관광보다는 자유여행이며, 대학생 등 젊은층 위주의 자유여행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 가운데 하나도 순환관광버스 운행”이라고 덧붙였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김 시장은 고개를 점점 더 크게 끄덕였다. 김 시장은 “손 사무관의 해박한 관광발전방안에 놀랐다. 한번 해보자”고 받아들였다. 이 방안은 현재 시 문화체육관광국 주도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시장에게 소신을 굽히지 않고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해 칭찬을 들은 손 사무관에게는 인사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차기 정기인사 평정에서 실적가산점수(가점) 0.5점을 부여받는다. 손 사무관과 같은 팀원에게도 0.2점씩 가점이 주어진다.
김 시장 취임 이후인 이달 1일부터 시행 중인 ‘실적가점제도’ 때문이다. 이 제도는 근무성적평정에서 특별한 업무실적이 있으면 가점을 부여해 승진에서 우대하는 것. 자치단체로는 울산시가 처음 도입했다. 울산시 인사 담당자는 “실적가점 0.5점은 승진 여부가 결정될 수 있는 아주 큰 점수”라고 말했다.
김 시장은 당선인 시절에도 자유토론식 업무보고로 화제가 됐다. 김 시장은 직원들에게 “현안에 대해 의견을 밝히지 않고 백지 상태에서 토론만 듣겠다. 자유롭게 토론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 시장은 27일 “설거지를 하다 접시를 깨도 좋다”며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자세를 거듭 강조했다. 김 시장은 “사소한 오류, 감사 지적 등을 두려워하는 소극적인 자세로는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행정이 민간의 소리를 수렴해 개혁과제를 뒤늦게 선정하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주도적으로 개혁과제를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실적가점을 받기 위해 직원 상호 간, 상하급자 간에 아이디어 공유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복지부동’으로 대표되는 공직 분위기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측면에서 울산시가 도입한 ‘실적가점제도’를 시민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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