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광진구 자양로 거리를 홀로 걷던 김모 씨(60·여)는 청천벽력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이 근처에 용한 점쟁이가 산다는 데 집이 어딘지 아냐"는 행인 A 씨(46·여)의 질문에 귀가 솔깃해 같이 점집을 찾던 차였다. 때마침 그 점쟁이 손녀인 B 씨(40·여)가 나타나 돈을 가져오면 액운을 피할 수 있다고 일러줬다. 김 씨는 천만다행이다 싶었다.
집으로 달려간 김 씨는 현금 1500만 원과 패물 300만 원 어치를 몽땅 가방에 챙겼다. 한 시간 만에 A와 B 씨를 다시 만나 B 씨의 가방에 현금을 넣고 "마지막으로 손을 씻어야 의식이 마무리된다"는 말에 길 옆 화단에서 생수로 손을 씻었다. 그 사이 A와 B는 김 씨 가방에 종이팩음료수를 채워넣었다. 이들은 "열흘동안 절대로 가방을 열어보면 안된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중국에서 사기를 공모한 뒤 관광비자로 건너와 중국어가 통하는 자국민에게서 금품을 빼앗은 혐의(특수절도)로 A와 B를 구속하고 중국으로 달아난 1명을 수배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은 범행 직후 홍콩으로 건너갔다가 8월 중순 다시 입국해 덜미를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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