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나라살림 규모를 짜면서 국민 안전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7개 분야에 14조 원의 안전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또 다음 달 국도에 있는 싱크홀(지반이 밑으로 꺼져 생기는 웅덩이) 실태를 정밀 점검해 보수에 착수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1차 재정관리협의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안전예산 분류기준’을 확정해 발표했다. 지금까지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공공질서 및 안전예산’을 기준으로 안전예산을 분류해 왔지만 재난 발생 시 실질적 도움을 주는 취지의 예산이 아니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새 분류 기준에 따르면 내년 안전예산은 △안전 관련 사회간접자본(SOC)시설 강화 △안전시스템 구축 △재난 대비 교육 및 훈련 등 안전에 직접 영향을 주는 ‘협의의 예산(S1)’ 3개 분야와 △연구개발 △안전시스템 지원 △재해 예방 △재해 관련 예비비 확보 등 간접적으로 안전도를 높이는 ‘광의의 예산(S2)’ 4개 분야에 투입된다. 이들 총 7개 분야에 들어가는 안전예산은 올해 12조4000억 원에서 내년 14조 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협의의 예산과 관련해 정부는 재해 발생 우려가 큰 시설을 개·보수하는 데 재정을 대거 투입할 예정이다. 이 자금으로 굽은 도로를 펴고 노후 철도를 교체하는 작업을 추진한다. 일반 도로를 신설하는 작업은 교통 흐름을 개선해 사고를 줄일 수 있지만 정밀하게 효과를 검증하기 힘들어 안전예산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9월에 전국 국도의 싱크홀 등 안전취약 시설물에 대한 정밀점검을 실시한 뒤 예비비를 들여 대대적 보수에 나설 예정이다. 서울 송파에서 발견된 싱크홀은 서울시 소관이어서 재정지원 대상에서 일단 제외됐다. 지자체 도로상의 싱크홀에 대한 지원 여부는 추후 정부와 지자체 간 협의를 거쳐 확정키로 했다.
또 정부는 지자체에 나눠 주는 특별교부금으로 붕괴 위험이 큰 학교시설을 개·보수한다. 내년 예산에 학교 개·보수 비용이 따로 책정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안전시스템 구축 분야 예산은 지진이나 태풍이 오기 전 경보를 울리는 재난예방대응시스템을 구축하고 119 구조장비를 확충하는 데 사용된다.
광의의 안전예산은 안전체험관 건립, 하천 정비, 기후변화 감시 등에 사용된다. 이 가운데 안전체험관은 시급하지는 않지만 국민들이 평소 안전 관련 훈련을 하도록 해 실제 재난 발생 시 대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수요에 비해 너무 체험관이 난립하지 않도록 하되 지역주민이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일부 지역에 추가 건립토록 허용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정부는 대규모 SOC 관련 재정 사업을 추진하기 전 경제성을 검토하는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을 현행 ‘사업비 500억 원 이상 사업’에서 ‘1000억 원 이상 사업’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사업비 500억 원 이상∼1000억 원 미만인 안전 관련 SOC 사업 추진이 쉬워지는 반면 정치권의 ‘쪽지예산’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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