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논산시 연산면 돈암서원. 매년 10월 이곳에서 열리는 ‘향시’ 재현 행사에는 전국에서 수백명의 응시생이 몰린다. 논산시 제공
조선 중기 이후의 유학은 기호학파와 영남학파로 양분됐다. 이 양대 산맥 가운데 경북이 영남유교문화의 본산이라면 충청권은 기호유교문화의 본거지다. 최근 충청권에서 기호학의 부흥을 위한 움직임이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
대전유교문화진흥원(원장 최재문)은 기호학파 유학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유교문화원’ 건립을 추진 중이라고 1일 밝혔다. 진흥원은 4월 15일 ‘기호유학 진흥’을 목표로 남간사유회(회장 송준빈), 대전향교재단(이사장 송재준), 안동권씨참의공(회장 권호준), 초려기념사업회(회장 이성우) 등 15개 기관이 참여해 창립했다.
대전이 우암 송시열, 동춘당 송준길, 탄옹 권시, 초려 이유태 등 조선 중기 걸출한 유학자를 배출한 기호유학의 본거지이기 때문에 이를 계승 발전시킬 시설이 필요하다는 게 진흥원의 입장이다.
최 원장을 비롯한 지역유림 대표 13명은 “영남유학을 주도하는 경북도가 안동시와 영주시 등에 수조 원을 투입해 한국국학진흥원과 세계유교문화공원 등의 유교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구축하고 있지만 대전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며 최근 권선택 대전시장을 만나 유교문화원 건립을 요청했다. 대전시는 유교문화원 건립이 민선 6기 핵심사업인 ‘선비문화 진흥’과 부합하지만 많은 예산이 필요한 만큼 타당성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충청권 4개 시도는 충청유교문화권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7세기 선비 중의 선비라고 불렸던 ‘산림(山林)’ 38명 가운데 17명이 충청 출신이고 충청권에는 유교 관련 지정문화재만 741점이 있어 경북(924점)에 비해 적지 않다. 경북에 도산서원, 호계서원, 퇴계종택, 하회마을이 있다면 충청권에는 돈암서원과 충곡서원, 윤증고택, 연산향교가 있다.
충남도는 체계적인 유교문화 계승을 위해 대전시와 충남도 충북도 세종시와 공동으로 ‘충청유교문화권종합개발’을 추진하기로 하고 이를 정부가 국책사업에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10월 2일 충남도 주관으로 국회에서 ‘충청유교문화권개발 정책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이 사업의 기본 구상은 지역 유교문화 자원의 공동 발굴 및 브랜드화, 역사문화 탐방 광역 연계루트 조성, 충효예 문화 교육관 및 민속 사료관 건립, 향교 서원 등 유교 건축물 정비 등을 포함하고 있다. 논산시는 돈암서원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돈암서원은 조선의 대표적인 유학자 김장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졌으며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 때에도 보존됐다.
이 사업은 2009년부터 정부에 도움을 요청해 왔음에도 아직 관련 국책사업 추진을 위한 관련 예산의 반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2년 충청유교문화 연구용역비가 당초 요구액 20억 원 가운데 5억 원만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를 통과했으나 예결위에서 전액 삭감됐다. 충남도 관계자는 “정치권과 정부에 한국 유교문화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영남 유교문화권과의 균형 투자가 절실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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