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사진) 매각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됐다. 서울시는 시 소유의 기념관 등 부지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서울시의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과 민족문제연구소 등이 1일 토론회를 열고 매각 추진을 재검토하라고 시에 요구했기 때문이다.
1일 시의회 의원회관에서는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시의회 차원에서 관련 사안의 토론회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 시의회 새정치연합 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박래학 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새정치연합 의원 10여 명이 참석했다.
‘긴급’ 토론회가 열린 것은 최근 매각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12월 준공된 기념관은 당초 재단이 시에 관련 건물을 기부하기로 했다. 하지만 차일피일 미뤄지다 시가 올 2월 기념관 터를 재단에 팔기로 방침을 세웠다. 시는 6월 재단에 감정평가금액 약 232억 원(1만1099m²)을 제안했고, 재단은 7월 이를 수용하고 신속하게 매입 절차가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준공 이후 재단이 시 소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논란이 이어지자 아예 매각을 해 문제의 싹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는 “매각 자체가 또 다른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경환 시의원은 “현재 해당 토지는 자연녹지지역으로 돼 있지만 주변 여건의 변동에 따라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해 헐값 매각이 우려된다”며 “또 매각이 된다면 (시가 약속했던) 개방형 공공도서관 운영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매각이 돼서 사유화가 되면 5·16, 친일, 독재에 대해 (기념관이) 뭐라고 하든 아무런 견제 장치가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럼 당초 기부를 받기로 했던 서울시는 왜 매각을 결정했을까.
‘정치적 부담과 돈’ 때문이다. 국내에 지방자치단체가 전직 대통령 기념관을 소유, 관리하는 사례가 없다. 향후 정치 풍향이 변할 때마다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도 시로서는 부담이다. 또 기부 후 최대 10년간은 재단이 직접 운영하지만, 이후에는 시가 한 해 18억 원가량의 유지관리비를 감당해야 한다. 양용택 서울시 임대주택과장은 토론회에서 “매각 결정은 비정상이었던 것을 정상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시는 매각 반대 소리가 커지는 만큼 추가로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논란들은 2001년 12월 31일 서울시와 당시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가 작성한 한 장의 협약서에서 시작됐다. 당시 시 소유였던 현 터를 재단에 무상 제공하고, 재단은 건물을 세워 시에 기부를 한 뒤 위탁 운영을 한다는 골자가 이때 정해졌다.
김승규 재단 사무처장은 “박정희기념관 건립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대선 전 국민 화합 차원에서 제안을 한 것이고, 공약 이행 차원에서 건립된 것이다. 당시 시가 정한 것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지만, 공공도서관을 재단이 운영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시도 곤혹스럽고, 저희도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매각이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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