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석균 영남대 총장… “성장 잠재력 인정받도록, 구체적 성과로 보여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일 03시 00분


“교문에 들어설 때마다 가슴이 철렁합니다.”

노석균 영남대 총장(59·사진)은 1일 “학부모들이 교문에서 피켓을 들고 ‘자녀들이 반듯한 삶을 꾸리도록 좋은 교육을 해달라’고 날마다 시위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 총장은 국회 앞이나 광화문광장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모습을 TV로 본 다음 날 출근할 때는 이런 ‘착시’가 강해져 교문 들어서기가 겁날 정도라고 했다. 지난해 2월 총장에 취임한 뒤 생긴 변화다.

1학기를 마치면서 모든 학부모에게 편지를 보낸 이유도 이런 심정에서다. 그는 취임 후 성과를 소개한 뒤 “믿고 맡긴 학생들이 졸업 후 자신감 있게 살아가도록 뒷바라지하겠다.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좋은 직장, 소질을 계발할 수 있는 좋은 직업에 대한 꿈을 키우도록 밤낮없이 노력하겠다”고 적었다.

노 총장은 “‘학부모님께’라는 첫 단어를 쓸 때 뭉클했다”며 “학생들이 정말 내 자식이라는 마음이 들어 편지를 쓰는 동안 한편으로는 두렵고 한편으로는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2학기를 마치고 쓰는 편지에는 학부모들이 더 반가워할 내용을 담고 싶다”고 덧붙였다.

노 총장의 말은 두루뭉술하거나 막연하지 않고 정교한 느낌을 준다. 연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영남대 공대 교수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몸에 밴 ‘치밀함’ 때문으로 보인다. 정교한 논리로 현실을 진단하고 명확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시스템을 중시한다.

올해 영남대가 교육부의 대학특성화 사업단 평가에서 8개 사업단이 선정돼 5년 동안 350억 원이라는 전국 최대 규모를 지원받는 것은 그의 이 같은 ‘공학 리더십’을 잘 보여준다. 취임하면서 선포한 ‘미래를 만드는 대학’이라는 목표는 듣기 좋은 빈말이 아니라 대학 환경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미래를 이끌 수 있는 힘이 되도록 하겠다는 구체적인 의지를 담았다.

노 총장은 “영남대의 성장잠재력이 널리 인정받도록 하나하나 증명해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다짐하는 수준이 아니라 구체적인 성과를 통해 증명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 동안 지방대를 걱정하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경쟁력 있는 좋은 대학’이 있을 뿐 수도권대와 지방대 같은 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경산=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영남대학교#노석균#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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