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나라 살림살이 가운데 복지예산 규모가 사상 최대로 커져 11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만 65세 이상 고령층이 동네 병의원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무료로 받을 수 있고, 저소득층은 ‘에너지 바우처 제도’를 통해 전기요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세수(稅收)가 부족한 상황에서 복지 분야에 대한 지출이 빠르게 늘어 재정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2일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2015년 예산안 편성방향’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 예산안을 18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23일경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날 당정은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5.5% 늘어난 375조 원 규모로 편성키로 했다. 이 같은 예산증가율은 정부가 2013∼2017년 중기 재정지출 계획에서 제시한 연평균 증가율(3.5%)보다 2%포인트 정도 높은 것이다. 재정적자가 커지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복지 확대와 경기 부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분야별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복지예산으로 내년에 110조 원 이상이 책정될 예정이다. 이는 전체 예산의 30%를 넘는 규모다. 이어 행정, 국방, 사회간접자본(SOC), 농림수산식품, 산업에너지 관련 예산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예산과 관련해 정부는 의료, 주거, 고용 분야에 집중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경로당에 냉난방비와 쌀값을 지원하는 데 586억 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한편 126억 원을 들여 어린이들이 A형 간염 예방접종을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산모들에게 산전·산후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범위를 현행 ‘월 평균소득 50% 이하’에서 ‘월 평균소득 65% 이하’로 확대한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기업 투자를 늘리고 서비스산업을 지원하는 정책도 추진한다. 수도권 기업이 지방에 공장을 새로 짓거나 증설할 때 드는 설비투자비에 1258억 원을 지원한다. 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이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금 규모를 올해 81억 원에서 내년에 110억 원으로 늘린다.
비정규직과 저임금 근로자 등 고용 부문에서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일례로 여성들을 위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올해 5000개에서 내년에 1만 개로 늘리고 2000명의 은퇴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전직지원금 제도도 새로 도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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