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어떻게 생각하십니까]세금으로 키우는 ‘시장님 진돗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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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기르던 3마리, 규정에도 없는 ‘청사 방호견’ 둔갑

박원순 서울시장이 3월 30일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사진. 박 시장은 “우리 ‘서울이’ 오랜만이죠? 저도 오랜만에 사진을 보고 많이 그립습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서울이는 현재 고양시의 한 애견훈련원에 맡겨져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카카오스토리’ 캡처
박원순 서울시장이 3월 30일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사진. 박 시장은 “우리 ‘서울이’ 오랜만이죠? 저도 오랜만에 사진을 보고 많이 그립습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서울이는 현재 고양시의 한 애견훈련원에 맡겨져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카카오스토리’ 캡처
박원순 서울시장이 기르던 진돗개 3마리가 ‘청사 방호견’으로 정해져 연간 1000만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총무과의 한 7급 공무원은 매주 두 번 은평뉴타운에 있는 공관으로 찾아가 개를 돌보고 있다. 하지만 청사 방호견 관련 규정은 아무것도 없다. 왜 박 시장의 반려견이 규정에도 없는 방호견으로 신분이 바뀐 걸까.

박 시장은 2011년 10·26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당시 성북구 혜화동 시장 공관(2층 단독주택·대지 1628m²)에 입주한다. 이듬해 초 박 시장은 지인에게서 ‘서울이’(암컷·2011년 11월 1일생)와 ‘희망이’(수컷·2012년 2월 19일생)를 받아 키우기 시작한다. 이후 성견이 된 서울이는 임신을 했지만 그해 11월 새끼 11마리를 사산했다. 서울시 총무과 관계자는 “당시 (박 시장이) 개들에게 애정을 많이 표시했다. 두 마리가 성견이 됐기에 한 마리를 더 들여서 방호견으로 운영하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울이가 새끼들을 사산한 이후 총무과는 경기 고양시의 한 애견훈련원에서 ‘대박이’(수컷·2012년 12월 15일생)를 입양했다. 추가 입양은 박 시장의 지시에 따른 것은 아니었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서울시는 개들이 2012년 공관에서 살기 시작한 이후 ‘청사 운영비’를 집행해 사료와 애견용품 등을 구입했다. 서울시 공유재산 중 동식물에 해당하는 ‘특수물품’으로 취급해 시비를 투입한 것이다. 서울시 담당부서는 박 시장이 지인으로부터 선물받은 개들이라도 공관에서 사는 만큼 시비를 쓰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2013년 1월부터 진돗개들은 ‘청사 방호견’으로 정해진 뒤 전문기관으로부터 복종 훈련과 함께 침입자와 손님 대응 요령을 교육받았다. 2013년 한 해 세 마리 개에게 들어간 시비는 1320만 원이다. 훈련비 920만 원, 사료비 300만 원, 각종 예방접종비 100만 원이다.

박 시장이 지난해 12월 은평뉴타운의 아파트(1, 2층 복층·167m²)로 공관을 옮기면서 문제가 생겼다. 아파트에서 성견 세 마리를 키우는 게 어려웠기 때문. 막내인 대박이만 공관으로 데려왔고, 남은 두 마리는 고양시의 애견훈련원에 맡겼다. 두 마리를 외부에 맡기면서 경비가 늘었다. 올해부터 위탁비를 포함한 훈련비로 매달 110만 원, 사료비로 10만 원씩이 나간다. 올해 1∼7월 세 마리 개를 관리하는 데 868만 원(예방접종비 28만 원 포함)이 들어갔다.

총무과의 7급 공무원 한 명이 ‘청사 방호견’을 전담하며 2013년 1월부터 매주 월, 토요일 시장 공관으로 찾아가 출장 나온 사육사와 함께 개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월요일은 오전 10시, 토요일은 오전 9시까지 공관으로 가서 1시간가량 훈련시키고 돌본다. 이 주무관은 2013년 8월 ‘애견훈련사’ 자격증도 땄다.

앞선 혜화동 공관뿐 아니라 현재 은평뉴타운 공관도 모두 사설보안업체의 보안시스템이 설치돼 있고, 청원경찰 3명이 8시간 3교대로 24시간 지키고 있다. 서울시는 왜 규정에도 없는 청사 방호견을 만들었을까. 총무과 관계자는 “혜화동 공관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라 개들을 방호견으로 활용하면 좋겠다고 판단했다. 은평뉴타운 공관에서는 대박이가 아파트 베란다에 살며 방호 기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총무과를 통해 “퇴임 후에는 (시 재산이기 때문에) 개들을 놓고 가겠다”고 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세금#박원순#진돗개#청사 방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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