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0일 새벽 서울 구로구의 한 주유소를 지나던 박모 씨(54)의 눈에 문이 열린 채 보조키가 꽂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한 대가 들어왔다. 사업에 실패한 뒤 아내와 이혼하면서 직업도 없고 머물 곳조차 없었던 박 씨는 그 차를 훔쳐 ‘숙소’로 삼았다. 음식은 구로구 일대 식당과 상가 등을 돌면서 쌀과 콩 양파 등과 수박 등 과일, 고기류까지 닥치는 대로 훔쳐 먹었다. 잠을 자고 끼니를 때우기 위해서였지만 박 씨는 결국 7월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경찰에 덜미가 잡혀 구속됐다.
이처럼 당장 먹고살기 위해 물건을 훔치는 ‘생계형 범죄’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유대운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절도범 가운데 생계를 위해 물건을 훔친 사람은 3만1529명에 달했다. 이는 전체 절도건수(11만8578건)의 26.6%로 4명 중 1명 이상이 생활고 탓에 절도를 저지른 것이다. 생계형 절도범 수와 비율은 2011년 1만8427명(16.3%), 2012년 2만2335명(21.0%) 등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강력 범죄인 강도사범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전체 강도범은 2011년 3385명에서 지난해 1857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오히려 ‘생계형 강도범’은 2년 새 363명(10.7%)에서 435명(23.4%)으로 늘었다. 경찰은 범죄자를 수사하면서 범죄로 얻은 금품의 소비 용도를 생활비와 유흥비, 도박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유 의원은 “민생 경제가 어렵다 보니 생활비 마련을 위한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며 “서민들이 생활비가 없어 전과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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