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국방장관에 보낸 흉기-협박편지 든 괴소포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5일 10시 42분


한민구 국방부 장관 앞으로 흉기와 협박편지 등이 담긴 괴소포가 발송돼 군과 경찰이 합동 수사에 착수했다.

5일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오후 11시 9분경 서울 은평구 연신내동의 모 편의점에서 '이태원로 22/용산 3가 한민구'라고 수신처가 적힌 소포(종이상자)가 택배로 접수됐다. 이 소포는 배송 중 부정확한 주소 표기로 28일 모 택배사의 은평지점으로 반송된 후 재포장 과정에서 식칼 등이 발견되자 군 당국에 신고됐다.

군 관계자는 "소포에는 32㎝ 길이의 식칼과 20g의 백색가루, 협박편지가 들어있었다"며 "백색가루는 밀가루로 판명났다"고 말했다. 식칼의 양쪽 날에는 '한민구'. '처단'이라는 붉은 글씨가 각각 적혀있었다.

'국제평화행동단' 명의로 작성된 협박편지에는 한 장관의 대북 강경발언을 비난하면서 한 장관과 가족의 신변을 위협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왼손으로 작성한 듯한 편지는 '그놈의 주둥이를 함부로 놀려 기어이 한반도에 핵전쟁의 불구름을 불러오느냐. 네놈을 그냥 두고서는 우리 국민이 다 죽을 것 같아 처단하기로 결심했다', '네놈과 네놈의 집, 가족들 동태를 상상이 허락하지 않는 방법으로 파악, 장악하는 작업에 돌입했다"고 한 장관을 협박했다. 또 '우리의 심장에는 네놈을 정리하여 민족의 안전을 지키자는 투지가 용암처럼 끓고 있다'. '우리가 심장의 용암을 터칠 수 있게 한 번 더 개거품을 물고 헛소리를 지껄여주길 바란다'고 위협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주장과 용어를 답습한 점으로 미뤄 대공용의점을 조사하는 한편 한 장관 가족에 대한 신변보호 조치에 착수했다.

군 수사당국은 괴소포가 발송된 편의점의 폐쇄회로(CC) TV에 찍힌 용의자를 추적중이라고 밝혔다. 이 영상에는 검정색 상하의에 검은 모자를 쓰고, 짙은 선글라스를 낀 신장 175㎝의 20~30대로 보이는 남성이 택배를 접수하는 모습이 찍혀있다. 군 관계자는 "해당 편의점 일대의 지역 상가를 비롯해 버스 등 이동수단의 경로상에 설치된 CCTV 영상을 확보해 판독해 용의자의 은신장소와 주거지를 압축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포내 비닐포장에서 지문 2개가 발견됐다"며 "1개는 택배직원으로 확인됐고, 다른 1개는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군 당국은 지난달 30일 한 인터넷 사이트에 협박편지와 같은 글이 올라와 이번 사건과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인터넷주소(IP)를 추적중이다.

앞서 지난해 4월에도 김관진 국방부 장관 앞으로 '북한의 최고존엄을 건드리면 민족의 이름으로 처단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협박편지와 함께 밀가루가 든 소포가 배달돼 군 당국이 수사에 나섰지만 범인을 잡지 못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