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후 생전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이 했다는 말이다. 바로 그 장본인이자 유 전 회장 일가의 ‘금고지기’로 지목돼온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52·여)가 4일(현지 시간) 오전 11시경 미국에서 검거됐다. 김 대표는 이미 지난달 초 자수를 결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이르면 추석 연휴 때 귀국할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만이 알고 있는 유 전 회장 일가의 ‘비밀’이 곧 드러날 수 있다는 얘기다.
○ 은닉재산 비밀 풀 ‘열쇠’ 찾았다
5일 법무부에 따르면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은 여권이 무효화된 뒤에도 불법 체류한 혐의(이민법 위반)로 김 대표를 미국 버지니아 주(州) 동북부 타이슨스코너 지역의 한 주택에서 붙잡았다. HSI는 김 대표의 e메일 사용 기록 등을 통해 인터넷주소(IP)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 주택의 위치를 파악했고 잠복 끝에 엘리베이터에서 검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3월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이용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6월 말 불법 체류자 신분이 되자 제3자가 소유한 이 주택에서 은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김 대표를 유 전 회장 일가의 재산 흐름을 꿰고 있는 핵심 인물로 지목해왔다. 그는 유 전 회장 일가가 계열사 자금을 빼돌리는 과정에 관여하는 등 수십억 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아왔다. 김 대표는 세모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에서 유 전 회장의 두 아들 대균(44) 혁기 씨(42)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지분(6.3%)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안팎에서도 ‘유 전 회장의 제1수하’라는 평이 많다.
이에 따라 유 전 회장 사망 이후 난관에 부닥쳤던 은닉재산 환수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진 유 전 회장 일가의 차명재산은 6개 계열사의 주식 32만 주(120억 원 상당)와 부동산 7만4114m²(104억 원 상당) 등 확인된 것만 224억 원에 이른다. 차명재산의 등기상 소유주 상당수가 “유 전 회장과 무관한 재산”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검찰은 김 대표가 차명 보유 관계를 명확히 밝혀낼 ‘열쇠’라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은닉재산이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도 있다.
○ 김 대표, 추석 연휴 때 귀국 가능성
김 대표의 국내 송환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김 대표가 귀국을 거부하면 미국 법원은 이민 재판을 거쳐 강제추방을 결정해야 한다. 이 경우 프랑스에서 5월 말 검거된 뒤 3개월 넘게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고 있는 유 전 회장의 장녀 섬나 씨(48)처럼 장기간 미국에 체류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김 대표가 이미 지난달 초 자수 결심을 한 것으로 알려져 곧바로 귀국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본보가 입수한 자술서(8월 4일 작성)에서 김 대표는 “연로하신 부모님의 적극적인 자수 권유에 더이상 불효해선 안 된다는 생각과 30년 인생의 멘토인 유 회장님의 마지막 가시는 날에 영전에 예를 드리고자 귀국을 결심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귀국 후 검찰에 자진 출두해 나를 둘러싼 많은 의혹들에 대해 사실을 밝히고, 내가 책임져야 할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고자 한다”며 검찰 수사에 협조할 뜻도 밝혔다.
귀국 후 자수 의사를 밝힌 이 자술서는 국내의 변호사에게 전달됐으나, 검찰에 제출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김 대표 측은 “추석 연휴 중 미국에서 김 대표를 만난 뒤 함께 귀국해 자수하려 했는데 그 사이 검거된 것”이라고 말했다.
○ 檢 “멕시코에서 차남 혁기 씨 아직 못 찾아”
남은 수배자는 유 전 회장이 후계자로 지목했던 차남 혁기 씨와 김필배 전 문진미디어 대표(76) 2명뿐이다. 검찰은 횡령 및 배임 액수가 559억 원으로 대균 씨의 10배에 이르는 혁기 씨를 반드시 검거해야 일가의 경영 비리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린 지 3개월이 지나도록 혁기 씨의 행방은 묘연하다. 이들이 이미 남미로 도주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검찰은 멕시코 경찰에도 행방 파악을 요청했지만 현지 당국은 아직 혁기 씨의 흔적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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