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지역 활동가 30명 견학
서울시 지원 ‘도심형 공동체’ 사업, 성북구 52개… 서초-강남구 20곳
장소 임대료-주민 유대감이 차이 불러… 일각선 “인위적 공동체 효과 의문”
3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재미난 마을’ 내에 있는 공동 작업장인 ‘마을목수공작단’에서 서울 서초구 마을활동가들이 직접 드릴을 들어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서초구 제공
동네 문화시설과 행사를 찾아다니며 아이들에게 체험 기회를 만들어주는 마을공동체 ‘서초 어린이원정대’를 운영하는 최연수 씨(39). 3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재미난 마을’을 견학 갔다가 깜짝 놀랐다. 카페 공방 도서관이 옹기종기 한자리에 모여 있는 모습을 보고 나서다. ‘서초 어린이원정대’는 15가족이 모여 매달 한두 번씩 마을 탐방을 갈 정도로 자리를 잡았지만 아직까지도 함께 모일 공간이 없는 탓이다. 최 씨는 “임차료가 비싸 놀이터에서 만나거나 카톡방 같은 온라인 만남을 자주 여는 상황”이라며 “강남 엄마들이 개인공간을 침해당하고 싶어 하지 않아 거점 공간이 없다 보니 마을공동체 규모를 키우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서초구 마을활동가 30명은 잘되는 마을공동체의 비법을 배우기 위해 강북구 삼각산 아래에 터 잡은 ‘재미난 마을’을 찾았다. 이들은 “정말 자발적으로 이렇게 모인 것이냐” “카페는 어떻게 마련했느냐”는 등 부러움이 담긴 질문을 연신 던졌다. 재미난 마을은 1998년 공동육아를 위한 꿈꾸는 어린이집에서 시작돼 대표적인 마을공동체로 자리 잡았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조례를 만들어 마을공동체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강남에서 실적이 저조하다. 마을공동체 사업은 성북 52개, 은평 41개, 구로와 강동구가 각각 40개로 주로 강북지역에서 활성화됐다. 반면 강남구는 6개, 서초구는 14개에 불과하다.
마을공동체가 강북지역에서 잘되는 이유는 △주민들이 모이는 장소 임차료가 싸고 △오래된 거주민들의 유대감이 끈끈하며 △교육, 문화 수요를 반영했다는 점이 꼽힌다. 토박이들이 오랫동안 모여 사는, 상업지역이 아닌 주거지역에서 마을공동체가 활발하다는 분석이다.
이날 재미난 마을 견학에 나선 서초구 마을활동가들의 의견도 같았다. 조진영 씨(45)는 “유대감이 부족하면 공동체를 복원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광자 씨(71)는 “강북구에 비해 서초구는 문화시설이 잘돼 있어 오히려 마을 활동에 호응이 적다”고 했다.
서울시는 올해 마을공동체 654개 사업(12개 분야)에 133억 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거주민이 자주 바뀌고 아파트처럼 폐쇄적인 공간이 많은 도시에서 공동체가 복원될 것인지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자생적인 풀뿌리 공동체와는 성격이 달라 서울시가 예산을 투입한 만큼의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강남권을 뺀 일부 지역만을 위한 사업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하지만 김정윤 서울시 마을기획팀장은 “도시 맞춤형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 강남권을 비롯한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도 점차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