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막내 포함 삼형제 모두 방송大 합격시킨 권차영씨 “학교수업 뺨치는 홈스쿨링으로 성공”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1일 03시 00분


부모-자녀간 끈끈한 유대관계 장점… 친구들과 단체생활 못한건 아쉬워

대구에 사는 권차영 씨는 세 아들을 모두 홈스쿨링 교육을 통해 방송통신대에 합격시켰다. 왼쪽부터 둘째 목양 군, 막내 양명 군, 권 씨, 첫째 화목 군이 공부비법을 털어놨다. 한국방송통신대 제공
대구에 사는 권차영 씨는 세 아들을 모두 홈스쿨링 교육을 통해 방송통신대에 합격시켰다. 왼쪽부터 둘째 목양 군, 막내 양명 군, 권 씨, 첫째 화목 군이 공부비법을 털어놨다. 한국방송통신대 제공
한국방송통신대가 지난달 6일 발표한 2학기 편입학 합격자 중 최연소 합격의 영광은 대구에 사는 차양명 군(14·영어영문학과)이 차지했다. 차 군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검정고시로 중학교, 고등학교과정을 마쳤다. 눈길을 끄는 점은 차 군의 두 형인 화목 군(18·영어영문학과 석사과정), 목양 군(15·영어영문학과 2학년)도 중고등학교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치고 방통대에 진학했다는 점. 어머니 권차영 씨(44)가 ‘홈스쿨링(가정학습)’으로 공부시킨 덕분이었다.

삼형제가 중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홈스쿨링을 선택한 계기는 아버지의 결심이었다. 큰아이가 초등학생일 때, 아버지는 “이왕 아이들 공부 시킬 거 셋 다 박사과정까지 밟게 하자”고 선언했다. 자기 분야에서 박사과정까지 마치면 명문대든 아니든 그 분야에서 충분히 공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아버지는 검정고시와 방통대를 이용하면 박사과정까지 공부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아내 권 씨를 설득했다.

그 뒤부터는 아내 몫이었다. 다른 집 자녀들이 등교할 시간에 권 씨는 아이들을 깨워 공부를 시켰다. 오전 8시부터 낮 12시까지 각자 자기 방에서 검정고시 문제집을 풀게 했다. 점심식사 후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아이들은 다시 자기 방에서 검정고시 준비를 했다. 오후 5시부터는 태권도학원 피아노학원에 다녀온 뒤 가족이 다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토 일요일에는 다른 아이들처럼 밖에서 친구와 놀게 했다. 권 씨는 약 7년간 이 같은 생활을 되풀이했다.

권 씨는 부모와 자녀의 유대관계가 끈끈해지는 것이 홈스쿨링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권 씨는 “홈스쿨링을 하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아이들의 고민을 미리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이나 왕따 문제, 입시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반대로 중고교 생활을 겪어보지 못한다는 것은 가장 큰 단점이다. 권 씨는 “아이들이 가끔 학교생활에 대한 궁금함과 동경심을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태권도학원 피아노학원에 보낸 것도 또래 친구들과의 만남을 위해서였다.

권 씨가 생각하는 홈스쿨링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들에게 시간을 벌어준다는 점. 또래에 비해 일찍 전공 공부를 시작했고, 나중에라도 원하면 다른 대학에 가서 또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홈스쿨링을 고민하는 학부모들에게 권 씨는 “결코 쉽지 않은 길”이라고 털어놓았다. “엄마가 직장에서 돈을 벌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데 드는 노력이나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는 데 소요되는 에너지나 똑같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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