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술만 마시면 거짓신고… 쇠고랑 차고 배상금 물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2일 03시 00분


충북 50대男 112등에 366차례 전화… 경찰 “공권력 낭비” 구속 이어 손배訴

“자살하려고 약을 먹었다. 빨리 와 달라!”

4월 8일 오후 8시경 충북 영동경찰서 상황실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상황실장인 김태현 경감(42)은 해당 주소지 관할 지구대에 연락해 경찰관들을 출동시켰다. 지구대 경찰관들이 현장에 가보니 신고자 정모 씨(55)는 만취해 있었을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확인 결과 술에 취해 우유에 칼슘영양제를 타 마신 게 전부였다.

정 씨는 영동경찰서 상황실 직원들 사이에서 ‘거짓 신고자’로 악명이 높았다.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상습적으로 거짓 신고를 한 건수만 모두 220회. 대부분 만취 상태였고 “박정희 정권 때 내가 사람을 둘둘 말아 묻었다” “옆집에서 도박판이 벌어졌다” “경찰관에게 맞았다” “범칙금을 안 냈으니 잡아가라” 등 다양한 거짓말을 했다. 같은 기간 소방서와 정부민원 콜센터, 보건복지부 콜센터, 국가정보원 콜센터, 영동군청 등에도 모두 146차례나 거짓 신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씨는 “술에 취하면 나도 모르게 거짓 전화를 하게 된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경찰은 정 씨를 7월 18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했다. 이어 이달 11일 공권력 낭비에 대한 책임을 물어 85만8742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김 경감은 “정 씨의 허위신고 때문에 공권력 낭비가 컸다. 소송에서 이기면 손해배상금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동=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거짓 신고#손해배상금#공무집행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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