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경남도교육감(53·사진)이 선거 공약 중 하나인 교사 업무 줄이기를 위해 소매를 걷었다. 박 교육감은 11일 오전 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업무 다이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핵심은 방과(放課) 후 수업, 강제 야간자율학습, 연구학교 등을 없애는 것이다. 도교육청은 내년 신학기부터 연구·시범·선도·지역중심학교를 폐지하고 △초등학교 오전 9시 이전 과목 외 수업 △중고교 획일적 보충수업(방과 후 수업) △고교의 강제적 야간자율학습 △고교 0교시 수업 등을 막기로 했다.
박 교육감은 “이 프로젝트는 소모적인 전시성 행사나 대회,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관행과 관습의 구태를 폐기하거나 축소해 교사를 학생들 곁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책 방향은 잡혔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학생과 학부모, 시민사회의 광범위한 여론을 수렴해 부작용이나 역기능을 최소화하겠다”며 “도교육청 홈페이지와 사회관계 서비스망(SNS) 등에서 자유롭게 제안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도교육청은 5개 업무 중 연구·시범·선도·지역중심학교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할 때 해당 학교에 먼저 적용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예방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예산과 비교하면 효율성이 높지 않고 특정 학교로 교원이 쏠리는 역기능도 있다고 밝혔다. 폐지 대상 학교는 전체 800여 개 가운데 교육부 지정을 빼고 도교육청이 지정한 400여 개교다.
초등학교에서 오전 9시 이전에 컴퓨터 등을 가르치는 과목 외 수업은 어린 학생들의 건강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함으로써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금지하기로 했다. 중고교의 획일적 보충수업은 참여 및 과목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아 학생들의 자율성과 자기주도적 학습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따라 조정 대상에 포함시켰다. 앞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한 뒤 과목과 학급을 편성해 학생들이 진로 선택 능력을 기르고 진학하는 데 실질적 도움을 줄 방침이다.
고교의 강제적 야간자율학습도 손질해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존중하기로 했다. 그 대신 학습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체계를 개편하고 쾌적한 학습공간 확보에 주력하기로 했다. 고교 0교시 수업(공식 수업 이전에 한 시간 먼저 진행하는 정규수업)도 폐지해 학생들의 건강권과 수면권을 되찾아 주기로 했다. 다만 정규수업 시작 시간은 오전 9시로 못 박지 않고 학교 자율에 맡겼다.
박 교육감은 “도교육청과 시군 교육지원청의 직무를 분석해 이번에 발표한 5개 업무 이외에 줄여나가야 할 업무를 추가로 발굴하고 현장의 정책 제안도 받겠다”며 “이번 조치만으로도 일선 교사의 업무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 성향인 박 교육감은 6월 선거 당시 “공문 폭탄과 잡무에 시달리는 교사를 아이들에게 돌려드리되 수업 준비와 교수법 개발을 통해 교사, 학생의 실력이 올라가도록 하겠다”고 공약했고 취임 직후 별도의 팀을 만들어 학생, 학부모의 선택과 참여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업무를 추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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