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부장판사
김동진(45·사법연수원 25기)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무죄 판결과 관련해, 법원 내부 게시판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 혐의는 유죄, 공직 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결하면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 막판에 불거진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의 댓글 달기와 트위터 글 유포 활동은 정치 관여를 금지한 국가정보원법 위반행위에 해당하지만 불법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김동진 부장판사는 12일 법원 내부 게시판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정치개입이 선거개입과 관련이 없다는 논리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기계적이고 도식적인 형식논리로는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김동진 부장판사는 “국정원이 대선에 불법 개입한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며 “재판장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선거개입의 목적이 없었다고 생각했는지 헛웃음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선거개입과 관련이 없는 정치개입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라며 “이렇게 기계적이고 도식적인 형식논리로는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 이것은 궤변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 판결은 정의를 위한 판결인가, 아니면 재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심사를 목전에 두고 입신영달을 위해 사심을 담아 쓴 판결인가”라면서 “나는 후자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장판사는 이밖에 “법치주의가 죽어가는 상황을 본다”며 “현 정권은 법치가 아니라 패도정치를 추구하고 있으며, 고군분투한 소수의 양심적인 검사들을 모두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을 꿋꿋이 수사했던 전임 검찰총장은 사생활 스캔들을 꼬투리로 축출됐다”며 “모든 법조인이 공포심에 사로잡혀 아무 말도 못했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대선에서 여당과 야당 중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았다”며 “나를 좌익판사라 매도하지 말라. 다만 판사로서 법치주의 몰락에 관해 말하고자 할 뿐”이라고 글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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