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북구 강동해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짓다만 건물이 방치돼 있다. 울산시가 2004년부터 민자 등 3조 원을 유치해 추진하려던 강동권 해양복합관광휴양도시(총면적 99만6500m²)의 핵심시설인 강동리조트 공사 현장이다. 지상 29층 규모의 리조트는 2007년 지역 건설사가 추진했지만 자금난으로 채무불이행을 선언해버렸다. 당시 시공사로 참여했던 롯데건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리조트 사업을 떠안았다. 하지만 사업성 부족 등의 이유로 2009년 3층(공정 37%)에서 공사를 멈췄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최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을 만나 이 리조트 공사를 재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롯데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시장이 신 회장에게 부탁한 것은 또 있다. KTX 울산역세권 개발에 참여해 달라는 것. 울산도시공사의 부채 가운데 절반이 넘는 2800여억 원이 역세권 개발용지가 분양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롯데가 역세권에 대형 유통센터를 건립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강동권과 역세권 개발은 모두 박맹우 전 시장이 추진했지만 민자 유치를 못해 지지부진한 사업들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주 원인이지만 면밀한 분석이 없었던 것도 컸다. 이런 사업들을 후임인 김 시장이 떠안아 해결책을 찾고 있는 중이다.
김 시장이 해야 할 ‘설거지’는 또 있다. 시립도서관 건립과 문수축구경기장 관중석의 유스호스텔 개조, 농수산물 도매시장 이전 등 박 전 시장이 펼쳐둔 사업을 계속할지에 대한 판단이다. 여론 수렴, 타당성 분석을 통해 빨리 결론을 내려야 논란을 줄일 수 있다.
산하기관장 인사도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김 시장은 지금까지 경제부시장과 울산발전연구원장, 체육회 사무처장 등 3명만 임명했다. 임기 만료로 퇴임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을 제외한 4, 5명의 공기업 대표는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 전 시장이 퇴임 4개월 전 앉힌 한 공기업 대표의 임기는 2년 4개월 남았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전임 시장과 철학을 같이했던 산하기관장들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 새 시장에게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것도 바람직하다. 같은 당 소속 직전 단체장이 추진한 일을 후임 시장이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공과를 모두 안고가야 한다. 난마처럼 얽힌 현안을 매끄럽게 마무리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김 시장이 꿈꾸는 ‘큰 정치’의 길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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