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결정 안된 상태서 특정정당 지지는 선거운동 해당안돼”
2004년 총선 두달전 발언 “무혐의”… 2012년 대선 11개월전 댓글 “무죄”
법원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부분에 무죄를 선고한 핵심 논리는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당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그대로 따른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헌재는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여당(옛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이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지만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법원 내부에서는 헌재의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에 대해선 한마디 이의 제기도 않던 야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에서 이번 원 전 원장 판결을 비판하고 있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4년 2월 당시 노 전 대통령은 4·15 총선을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달라’는 발언을 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이유로 탄핵 소추됐다. 당시 헌재는 “노 대통령이 발언한 2월 18, 24일엔 아직 정당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발언을 한 것은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등록일(3월 30일)이 한 달 남짓 남은 시점이었으나 후보자가 정해지지 않은 만큼 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헌재 결정문에서는 공직선거법 제58조 제1항이 당선을 기준으로 후보자를 특정할 수 있는지를 ‘선거운동’의 요건으로 삼고 있다고 못박았다. 선거운동은 ‘특정한’ 또는 ‘특정될 수 있는’ 후보자의 당선이나 낙선을 위한 행위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11일 원 전 원장 판결문에서 헌재의 이 결정을 그대로 인용했다. 검찰이 국정원 직원들의 범행 시기로 지목한 2012년 1월은 대선을 11개월 앞둔 시점으로 어느 정당의 후보도 특정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8월 20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9월 16일에야 확정됐고 안철수 의원과 이정희 대표도 각각 9월 16일, 25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2004년 총선 두 달 전에 후보 특정이 안돼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는 헌재의 판단대로라면 2012년 대선 11개월 전의 행위를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은 1심 재판부의 판결은 당연한 결론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재판장인 이 부장판사는 “검찰의 2차 공소장 변경에서 범행의 시기가 2012년 8월에서 그해 1월로 앞당겨졌다. 기존의 정치관여 행위가 선거철에 와서는 당연히 선거운동으로 전환된다는 논리는 검찰이 만들어냈다. 그 ‘터닝포인트’에 대한 입증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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